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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7 16:52 수정 : 2006.08.28 13:15

피양랭면집 명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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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매일같이 살다시피 하는 3학년 병훈이가 갑자기 며칠 동안이나 보이지 않았다. 궁금해서 같은 반 아이에게 물으니 아토피가 심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그제야 책을 읽을 때마다 늘 어딘가를 긁적대던 병훈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가 병원에서 심심해한다고 책을 빌리러 온 병훈이 어머니는 많이 지쳐 보였다. 어릴 때 갑자기 생긴 아토피라는 병 때문에 안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패스트푸드나 고기, 유제품 안 먹이기는 기본이고, 친정에서 구해 온 약초로 매일 목욕을 시키고 나서는, 꽤 비싼 외제 로션으로 온몸을 발라준다고 했다. 어떤 음식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그날로 재료를 구해 먹이곤 했다는 병훈이 어머니는, 냄새나는 청국장도 아토피에 좋다고 하면 두말 없이 푹푹 떠먹더라면서 눈에 이슬이 맺혔다.

해마다 한두 차례씩은 입원을 하곤 하는 것도 문제였다. 일주일씩 병원에 있다가 학교에 오면 그렇잖아도 서먹서먹한데, 친구들이 걱정을 해주기보다는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피하려들기까지 해서 그동안 병훈이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점점 위축되고 더 틀어박히게 되는 것 같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갑갑해 했다.

바깥활동이 싫다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도서관에서 책 잘 읽는 어린이가 제일 좋긴 하지만 그래도 밖에서 축구도 하고 뛰어 놀기도 해야 하는 거야!’라며 충고했던 날이 떠올랐다. 나 또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대열에 합류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병훈이에게 빌려줄 책을 고르면서 <피양랭면집 명옥이>를 넣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이 책의 두 주인공 힘찬이와 명옥이는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힘찬이는 아토피가 심해 별명이 닭살이고, 명옥이는 새터민, 그러니까 탈북자이다. 힘찬이를 보면서 명옥이는 탈북하다가 세상을 떠난 동생 명수를 떠올린다. 명수도 두드러기가 심한 아이였다. 두 아이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친구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가장 큰 상처를 건드리는 책은 싫어한다.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일 것이다. 병훈이도 아토피를 앓는 아이의 이야기는 별로 재미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미리 어머니에게 귀띔한 후 빌려주었다. 똑같이 3학년이고 똑같이 아토피가 심한 주인공 힘찬이처럼 병훈이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힘찬이처럼 씩씩하게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병훈이네 반 아이들이 병훈이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미는 모습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먼저 배려해주고 먼저 챙겨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래도 개학하면 병훈이네 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어야 할까 보다. 원유순 글. 웅진주니어/7천원.

범경화/대전 복수초등학교 사서교사 bkh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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