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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7 16:54 수정 : 2006.08.28 13:15

낫짱이 간다

낫짱은 조선 아이입니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뒤 오사카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자랐습니다. 낫짱은 왜 자기가 조선 사람으로 태어났을까 원망하기도 하지만, 조선 아이라고 까닭 없이 사람을 해코지하는 건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누구든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끝내 결판을 내고야 맙니다.

한번은 동생을 놀리는 일본 아이 와카바야시에게 멋진 보복을 합니다. 몰래 숨어 있다가 와카바야시의 자전거에 걸린 척 하며 넘어지다가 급소를 팔로 내리친 것입니다. 저절로 박수가 쳐지고 속이 시원해집니다. 친구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데라우치에게도 백배로 갚습니다. “치사한 놈”이라고 한 방 먹이고, 힘껏 밀쳐 넘어뜨립니다.

한 재일동포 소녀의 성장기 편린을 담고 있는 <낫짱이 간다>는 그래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재일동포의 아이들이 일본 아이들로부터 당하는 왕따와 괴롭힘을 생생하게 보여주니까요. 또 일본 아이들한테 시달리면서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맞서 싸우며 살아가는 조선 아이의 모습을 감동스럽게 펼쳐 보이니까요.

하지만 재미와 감동만을 느끼고 넘어가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낫짱으로 대표되는 재일동포 아이들의 한과 슬픔은 여전히 씻겨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본에는 우리 동포가 무려 70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식민지 시대 징용을 가거나 먹고 살 길을 찾아서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해방이 된 뒤에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입니다. 그 이민의 역사 속에 우리 겨레가 지난 100년을 살아온 아픈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면 닿는 곳에 사는 재일동포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저 과거의 일이려니 합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2세, 3세들의 삶은 더더구나 모릅니다. 조국의 무관심과 일본인들의 심한 민족차별을 견디며 힘들게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은 딴 세상 얘기입니다.

낫짱 역시 돈이 없어 사료용으로나 쓰는 닭대가리를 사다 볶음을 해먹고, 하도 오래 신어 코가 닳아 발가락이 삐져 나오는 실내화를 기약없이 신고 다녀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국적이 다른 땅에서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채, 일본 아이들의 냉대와 멸시, 괴롭힘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미는 일이 아닙니까?

다행히 낫짱은 긍지를 가지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한·일 두 나라 사이의 어두운 역사를 바로 보고, 재일동포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으로 그들을 동포로 받아들이는 일은 한번도 재일동포들에게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지 못했던 이름뿐인 조국에 사는 우리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김송이 글, 홍영우 그림. 보리/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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