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7 20:43
수정 : 2006.08.27 20:43
고입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정영환씨
“손자, 손녀들에게 일부러 광고를 하지요. 할아버지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다고요. 허허.”
2006년 제2회 고입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인 정영환(77·대구 수성구 만촌동· 사진)씨는 “날아갈 듯 기쁘다”고 했다. 정씨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1948년 19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했다. 한국전쟁 당시 철원 백마고지 전투 등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1977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 세탁소와 공인중개사 등을 하며 세 자녀 중 둘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학력에 대한 한과 공부에 대한 갈증은 항상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해 구청회보에서 범어천주교회 야간학교 학생 모집 소식을 보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 정씨는 그해 아내가 세상을 뜨자 더욱 공부에 매달렸다. 오전 6시 반이면 집 뒷산에 올라 운동을 하고 낮에는 동사무소에서 영어공부를, 저녁에는 야학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정씨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 어려웠지만 살아 있는 한 공부를 계속하겠다”며 “나이가 들수록 더 열심히 살아야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야간학교에서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방송통신대나 전문대에 진학해 부동산학이나 일어일문학을 전공하는 게 꿈이다.
한편 28일 발표되는 올 고입·고졸 검정고시에는 2만8320명이 응시해 1만3795명(48.7%)이 합격했다. 60살을 넘긴 나이에도 향학열을 불태운 376명 가운데 108명이 합격증을 쥐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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