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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7 22:36 수정 : 2006.08.28 14:45

한 카페에서 다정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 이화여대 정빛나씨(수학교육과 3학년)와 예일여중 2학년 김미연양. 이양은 “내 일상과 진로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 빛나 언니가 있어 항상 든든하다”고 했다.

툭 터놓고 말할 사람 없다고요? 가까운 대학이나 복지관 방문
멘토링 프로그램 살펴보면 든든한 형·누나가 도와줄 거예요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와 한 상궁, <동의보감>의 허준과 유의태,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 아브라함 링컨과 링컨의 학교 시절 교사 그래함,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의 고등학생 자말과 퓰리처 수상 작가 포레스터.
여름 방학 동안 대학생들이 고향 후배들의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는 ‘대학생 귀향 멘토링’제도가 교육인적자원부 주관으로 올해 처음으로 실시됐다. 충남 부여 은산토등학교 교실에서 공주교대 이은영양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부여/ 강창광 기자)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한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즉 멘토와 멘티의 관계다. 그래함, 유의태, 설리반과 같은 멘토가 없었다면 링컨, 허준, 헬렌 켈러와 같은 인물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저마다 숨겨진 재능과 소질, 고민과 걱정이 있다. 일부는 자신의 관심과 소질을 잘 파악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일부는 자신의 성향을 잘 알아 어려움이 닥쳐도 잘 극복하지만, 일부는 작은 고민들에도 쉽게 좌절한다.

만약 현재 여러 가지 고민에 휩쌓여 있고 앞날이 불투명해 괴로워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멘토의 필요성은 여기서 나온다. 멘토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격려해주며, 그에게 필요를 채워주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지도·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성장시키는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멘토는 특히 지독한 입시지옥 속에서 공부기계가 돼야 하는 학교 환경과, 이혼율의 증가 등으로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정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의 고민을 하소연하고자 해도 믿고 도와줄만한 사람을 찾기 힘들 때 멘토는 캄캄한 동굴에 한 줄기 빛과 같은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선배’ 덕에 든든한 사춘기 = 정수철(가명·15·중3)군은 아빠, 엄마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았다. 형편이 넉넉지 않기에 그는 풍족하게 뭔가를 누려본 적이 없다. 피자 한 판 마음 놓고 먹어본 적도, 놀이공원에서 하루 종일 실컷 놀아본 적도 없다. 그런 이유로 늘 의기소침하게 지냈던 그는 중학생이 되면서 거의 외톨이가 되었다. 초등학교 때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도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자퇴를 할까, 가출을 할까 날마다 이런 저런 고민에 정군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그러던 중 가끔 나가던 교회에서 만난 대학생 형이 집으로 찾아왔다.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던 차에 그 형은 아버지 이상의 존재로 다가왔다. 밥을 사주고,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를 해줬다.
주말엔 같이 산에도 가고, 놀이공원에도 가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정군은 “형도 나와 비슷하게 어렵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한데 한 어른의 도움으로 열심히 공부해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했다고 했다.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형의 등장으로 달라져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서울 예일여중 2학년 김미연(14)양은 이화여대 수학교육과 3학년 정빛나(21)씨를 언니라고 부른다. 하지만 친언니가 아니다. 이화여대에서 운영중인 ‘와이즈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만난 멘토 언니다. 만난 지 한달 남짓 됐지만 김양과 정씨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와이즈 멘토링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매일같이 연락하고, 수시로 전화를 한다. 한달 새 4번이나 만나기도 했다.

주고 받는 얘기는 주로 진로와 수학에 대한 것. “수학교육과에서는 배우는 것, 수학 공부 잘하는 요령, 언니가 전공을 선택할 때 감안했던 기준들 이런 것들을 많이 물어봐요. 그리고 우리 부모는 내가 의대 가기를 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물어보고요.” 정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주는 답변이 김양에게는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큰 도움이 된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자신에게 별다른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데다 친언니나 오빠가 없는 상황에서 정씨는 친언니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김양은 정씨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언니-동생 관계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조부모 밑에서 사는 이수연(가명·9·초등3)양은 활달한 성격에 친구들도 많지만 도벽이 있는게 흠이었다. 할아버지는 매까지 들어가며 고치려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인근 복지회관을 통해 오지연(38)씨를 소개받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씨와 함께 근처 산에도 가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영화도 보면서 도벽 습성도 사라졌다. 오씨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그것이 나쁜 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에 한번이긴 하지만 엄마처럼 대해주니까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 멘토 어디서 구할 수 있나 = 멘토링의 개념은 참 좋지만, 문제는 어디서 멘토를 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주변 형이나 누나, 친척, 지인 등 가운데 멘토를 구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 때는 기업이나 대학, 복지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곳은 대학이다. 서울대는 지난 4월부터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인근의 저소득층 자녀들 1천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과외지도를 하고 있다. 영어·수학 등 기초 학습 지도는 물론 보호 및 상담, 인성 지도, 연극이나 캠핑 등 체험활동 등 학생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활동으로 이뤄진다.

‘와이즈 멘토링’은 수학·과학 분야에 재능 있는 여학생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이공계열로 진학하도록 유도하고, 이 분야에서 탄탄한 예비 과학기술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이화여대, 인하대, 연세대(원주 캠퍼스), 교원대, 조선대, 공주대, 전북대, 카톨릭대, 신라대, 제주대 등 전국 11개 대학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 교수들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한양대, 삼육대, 광주여대, 전남대, 대진대 등도 인근 학생들에게 무료 특기적성 교육과 과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화여대에서 열린 와이즈멘토링 워크숍에 참석한 학생들과 멘토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멘토링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지난 2004년 개설된 이멘토링 또띠(tortee.org)는 직장인과 청소년을 인터넷 전용 게시판을 통해 일대일로 맺어준다. 청소년들의 잠재려과 성장을 돕고 조언해주는 일종의 후견일 활동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엠에이취엔(NHN), 로레알, 중부도시가스, 메트라이프, 투억익스프레스 등의 기업체 임직원 200여명이 멘토로 활동중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위민넷(women-net.net)은 여학생을 비롯한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사이버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안양 성문고 이규철 교사는 “근처 사회복지 단체나, 종교 단체 등의 문을 두드려 보거나, 학교 선생님이나 친척 형, 누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라”고 조언했다.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실장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며 “마음을 열고 주변을 바라보면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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