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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9 14:38 수정 : 2006.08.29 14:38

몇 년 전인가 아이들 논술고사를 위해 신문사설도 읽히라는 정보 아닌 정보가 있었다. 우리 부부 역시 현재 고2인 아들에게 신문을 잘 보라고 여러 번 이야기 했었고 처음에는 스포츠나 만화 등등만 보더니 요즘은 사설과 칼럼 등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논술에 얼마간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1인 작은 아들에게 발생했다. “아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서 나라를 지킨다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하고 물어온 것이다.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어디서 그런 글을 읽었느냐고 묻지도 못했다.

신문의 제일 기능은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한자로 新聞이니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객관적 정보제공이 그 우선이라 하겠다. 물론 계도기능, 오락기능, 광고기능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새 소식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이 우선임은 말할 필요 없다. 과연 신문은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있는가. 교묘한 편집과 머리기사로 독자를 우롱하거나 호도하지 않았는가. 신문 독자 중에는 청소년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는 않았는가.

아이들에게 현실에 대해 설명 할 방법도 알지 못하고 그 수단 또한 빈약한 아비임을 절감한다. 신문이라는 것에 실리는 글들이 아이들 말장난 수준이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만 앞선다. 신문을 잘 보면 논술에 유리하다는 말은 이제 낡은 정보가 되었다. 각 정당 대변인들의 언사는 양아치 다름 아니고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도무지 본받으라고 할 내용이 없다. 툭 하면 성추행 의원이 나오지 않나, 물난리 난 판국에 골프 치러 가지 않나, 사방에서 돈다발이 들고나지 않나,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다. 아비로서 아이들이게 어떤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단 말인가.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면 “아빠는 술 마시지 않으니까 뭐” 이렇게 두 녀석이 대화를 한다. 뇌물 사건이 터지면 “아빠도 돈 받은 적 있어요?”라고 묻곤 한다. 지난 물난리 때는 “아빠, 낼 모레 골프 간다면서요?”라고 되묻기도 했었다. 아이들 때문은 아니었지만 예약을 취소하고도 부끄러움은 얼마간 남아있었다. 바다이야기처럼 돈 걸고 하는 게임이 훨씬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까 겁부터 난다.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은 그만 받고 싶다. 건강한 질문과 당연한 대답이 오가는 부자지간이고 싶다.

이제 신문은 읽지 말라고 할 참이다. 선정성으로 사탕발림한 포털의 기사도 가능하면 눈길 주지 말라고 해야겠다. 차라리 역사만화나 한 번 더 보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신문을 빼앗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스포츠, 문화 란만 따로 떼어서 주어야겠다. 신문이 사실을 전해주고 적절한 계몽까지 담당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아비가 되는 것일까? 각종 사건이야 나름의 반면교사로 활용 가능하겠지만 대미관계나 대북관계에 대한 기사들의 편협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균형 잡힌 사고를 키워야 할 아이들이 비아냥거림뿐인 기사를 읽고 있다. 신문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일까? 아이들에게 신문을 빼앗아야 하는 세상이고 대한민국은 그런 신문들을 잔뜩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과연 선진국을 물려줄 수 있을까? 부끄러운 아비들이 점점 늘어간다. 이래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환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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