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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31 07:56 수정 : 2006.08.31 11:14

과기부가 만든 과학교과서 교육부 검정 못받아 묻힐판

“기존 발행사와 신뢰보호 원칙 위해 추가검정 불가”

교육부 “기존 발행사와 신뢰보호 원칙 위해 추가검정 불가”
서울.경기 5곳서 시범사용 “과학적 호기심 자극” 호응
“교육과정 개편 상관없이 정기적 검정 바람직” 주장도

과학기술부가 만든 고교 1학년용 ‘차세대 과학 교과서’가 교육부로부터 교과서 검정을 받지 못해 학교에서 써보지도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과기부는 2004년 7월 ‘쉽고 재미있는 교과서 개발’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예산 5억원을 들여 지난 2월 ‘차세대 과학 교과서’를 개발했다. 현장 교사들이 참여해 교과서와 실험서, 교사용 지도서, 교수학습용 시디(CD)로 구성한 이 교과서는 현재 서울·경기지역 고교 5곳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기부는 교과서 개발 단계부터 교육부와 협의해 새 과학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로 채택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교과서 검정은 교육과정 개편에 맞춰 이뤄져왔기 때문에 특정 과학 교과서만 따로 검정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추가 검정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사용되기 1년6개월 전에 교육부로부터 검정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새 과학 교과서는 이달 안에 검정을 받아야 2008년 3월부터 다음 교육과정 개편 때까지 2년 정도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 2010년부터는 새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교과서가 사용되므로 검정이 더 늦춰지면 사실상 새 과학 교과서는 활용이 어려워진다.

정시영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서기관은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기존 발행사와 신뢰보호 원칙이 깨질 수 있게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례가 없는데다 발행사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과서를 무리하게 추가로 검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과서 검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교과과정 개편에 맞춰 검정을 해야 한다거나 추가 검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는 “교육부가 추가 검정을 하지 않겠다고 (기존 발행사 쪽에) 행정상 신뢰를 할 만한 표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검정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적인 판단의 문제다. 새 교과서를 검정하면 학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지는데 업체와의 신뢰보호 원칙을 지키려고 추가 검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과기부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과기부는 검정을 받을 수 있을지 정책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교과서를 완성하고도 현장에서 쓰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다른 활용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물러섰다. 구수정 과기부 인력기획조정과 서기관은 “올 연말까지 연구학교에서 활용한 결과 보고를 본 뒤 수정·보완해 교사용으로 배포하든지 다음 교육과정에 맞춰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새 과학교과서는 기존 과학 교과서에 견줘 사진을 많이 싣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활중심으로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 시범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명자 인천 신송고 교사는 “과학잡지처럼 화보가 좋아서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용도 좋다. 학생들이 책은 학교에 두고 시디만 들고 다니면서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부 교수는 “닫힌 교과서 검정제도가 열린 체제로 바뀌어 반드시 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리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교과서를 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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