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03 19:38
수정 : 2006.09.04 17:28
‘장수’ 하면 이순신이나 강감찬, 연개소문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장수는 장군이나 왕만을 가르키지는 않는다.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나라와 조국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바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장수다.
거란이 고려에 쳐들어왔을 때 많은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웠다. 그런데 그 가운데 앳띤 소녀가 한 명 있었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분한 심정을 달래지 못해 직접 전쟁터에 나선 여자 아이였다. 소녀는 안타깝게도 화살에 맞아 죽었는데, 죽은 자리에서 예쁜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을 설죽화라고 불렀고, 그 소녀장수도 설죽화라는 이름으로 후대에 전해졌다.
임진왜란 때는 또 어떤가. 권율장군이 행주산성에서 싸울 때 여성들은 치마로 돌을 날랐고, 서산대사는 묘향산에서, 사명대사는 금강산에서 왜적을 무찔렀다. 임진왜란의 장수들은 당시 민족과 나라를 위해 끝까지 싸운 모든 민중들이었던 셈이다.
역사책에서는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고구려가 망한 뒤, 중국 산둥반도에 고구려의 정신을 잇는 평로치정 왕국을 세운 장수도 있었다. 바로 이정기 장군이다. 또 지금도 장승, 붉은악마의 깃발에서 볼 수 있는 치우천황 역시 강력한 무기와 힘으로 적에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훌륭한 장수라고 할 수 있다.
<장수>는 이들을 포함해 힘을 합쳐 나라를 지키고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만든 우리 민족의 장수 26명을 다룬 팝업북이다. 단군왕검, 동명왕, 추모왕, 광개토대왕, 온달, 을지문덕, 양만춘, 계백, 흑치상지, 김유신, 관창, 고선지, 대조영, 장보고, 왕건, 최영, 곽재우 등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5천년 역사를 이끌어 온 인물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오고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기상이 절로 느껴진다. 책을 펼칠 때마다 우뚝 우뚝 일어서는 장수들을 만나다 보면, 장수들의 늠름한 면모와 힘찬 기개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장수들이 활동했던 시대 우리나라의 지도와 역사 연표가 부록으로 달려 있어 책상에 붙여놓으면 좋은 역사공부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박의식 글·그림. 마루벌/3만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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