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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8 15:37 수정 : 2006.09.08 15:37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6일 학생들이 수원C고 앞에서 ‘학생인권 사진전’을 개최했다. 이날 많은 학생들이 등교를 하면서 사진을 지켜봤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교측, ˝인권침해 없다. 인권단체에서 선동말라˝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학생은 있었지만, 인권침해를 했다는 가해자는 없었다. 단 교육적인 목적으로 학생을 지도했다는 교사는 있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6일 학내 촛불시위를 계획했던 수원C고 앞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학생인권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전에는 강제이발 당한 학생의 사진, 체벌당한 사진, 체벌당해 피멍이 든 사진 등이 전시되었고 인권활동가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적힌 스티커와 폭죽을 나눠주었다.

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사진전을 마련한 것은 최근 학생들 사이에 두발단속, 소지품검사, 강제보충과 야자 등으로 논란되고 있는 C고의 인권침해 현실을 고발하려고 했기 때문. 하지만 당초 목적인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 보다 ‘명예훼손과 수업방해’ 논란에 부딪혔다.

“학생인권 보장하라”는 인권활동가들의 주장에
학교측, “인권침해 없는데, 인권단체에서 학생 선동했다”

사진전 내내 학교측은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침해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인권단체에서 학생을 선동하지 말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한 학교측은 전시된 사진을 문제삼으며 “사진 속에 있는 강제이발이나 체벌이 우리학교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데, 우리가 한 것처럼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가만히 있는 학교를 왜 인권단체에서 선동하고 있냐?”고 항의했다.

이날 학교측 관계자와 네트워크 관계자의 언쟁이 있었다. 사진은 좌로부터 청소년활동가네트워크 전누리 활동가, 배경내 활동가, 수원C고 2학년 부장 이상훈교사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에 대해 네트워크의 배경내씨는 “학교에서 ‘체벌, 두발규제, 소지품검사’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기 때문에 사진전을 열게된 것”이라며 “이 사진을 가지고 온 것은 이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게 아니라 ‘이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학생들도 “학교 바뀔려나..” “오늘 시험인데..당혹”

아침 등굣길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학생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고3의 경우 학력평가를 보는 날이기 때문에 ‘시험에 방해되는 것’아니냐는 눈초리가 있었다.

한 학생은 사진전을 보며 “이번에 학교 바뀌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다른 학생은 “우리 학교 문제 없는데, 왜 인권단체에서 와서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계속되자, 많은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가서도 1교시 수업을 준비하지 않고, 창문에 서서 ‘학교 밖 상황’에 관심을 집중했다.

많은 학생들이 창문에 서서 학교 바깥 상황을 지켜봤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네트워크관계자, 학교 교사,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면담에 참가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진전에 이어 학교측과 네트워크측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오간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소개한다.

학교측, 소지품 검사 일부 시인
하지만 ‘두발단속, 징계’ 등 주요내용에서 학생제보와 학교대답 달라

면담에서 네트워크 관계자들은 ‘두발단속, 체벌’ 등 학생들이 제보한 인권침해 사례에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측에선 네트워크 주장에 부인하면서 “오히려 네트워크에서 학생들을 선동해 집회를 열고 있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학생들의 대답과 교사의 대답이 다른 부분도 있었다. 면담 내내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소지품 검사 부분에선 ‘학생안전을 위해 소지품 검사를 했다’며 학교측이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1 학생인권이 먼저? 학생지도가 먼저?

수원C고에선 2학기 들어 두발규제가 바뀌었다. 이 학교에선 여학생은 귀밑 20cm, 남학생은 앞머리 눈썹 위에 옆머리 귀에 닿지 않고, 뒷머리 카라에 닿지 않는 형태의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2학기 들어 여자는 20cm에서 10cm(이후에 17cm로 조정), 남학생은 옆머리·뒷머리를 밀기(학교 관계자는 독일 장교형 머리라고 표현)로 바뀌었다.

이응구 교감은 “작년에 학교 두발규제가 심해 교장이 ‘학생을 믿어보자’며 두발을 완화했지만, 결국 학생들은 머리를 기르거나 파마를 하는 등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며 “학교 안에서 학생을 교육적으로 지도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교사도 “두발을 완화하니 학생들 통제가 어렵더라”며 “인권단체에선 아이들을 억압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경내씨는 “인권은 개인의 생각으로 주장하는게 아니라 헌법, 세계인권조약 등에 담겨있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며 “학교에서 무엇보다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2 두발규정 개정에서 학생의견을 반영했나?

이 교감은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 교감에 따르면 당초 교장이 여학생의 경우 귀밑 10cm으로 제시했지만, 학생회 의견을 수렴해 17cm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체 학생들 의견수렴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규정개정 결과만 통보받은 학생들의 불만이 촛불집회 기획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교감은 “학부모의 경우 총회에서 300명 정도 참여한 상황에서 규정개정을 통과시켰고, 학생회의 의견도 수렴했다”며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반면 배씨는 “규정개정 과정에서 학생의견 수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트워크 활동가는 “교장이 10cm으로 제시하기 전에 학생회가 의견을 모을 기회를 주었냐”고 학생회 의견 반영 과정에 물음을 표시했다.

이에 이상훈 교사는 “이미 3월부터 ‘지금의 두발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개정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학생들 대부분이 규정을 개정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1학년 한 학생은 “2학기 들어 학생의견 수렴없이 갑자기 규정을 바꿔 학생들이 불만이 컸다”며 촛불집회를 준비한 계기를 밝힌바 있다.

#3 네트워크에서 학생을 선동 했나?

학교측 관계자들은 면담과정 내내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계획된 촛불시위도 청소년단체에서 선동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교감도 “인권단체에서 학생들을 선동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고 밝혔다. 이들이 아수나로를 의심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시위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배씨는 “학생들이 아무 생각 없이 누구의 의견을 따라다니지 않는다”며 “학교에선 바뀐 규정에 대해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있었고, 그들이 자기 스스로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답변했다.

#4 소지품 검사를 통한 시위 제지 여부

학교측에선 소지품 검사에 대해 일부 시인했다. 이날 이 교감은 “학생들이 시위 때문에 폭죽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안전을 위해 소지품 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소지품검사는 범죄행위”라며 “학생들의 자기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시위라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학생들의 말하고 하는 내용을 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교감은 “학교생활규정에 시위금지 조항이 있다”며 "학생들이 시위를 한다는데, 학교에서 조장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5 두발단속이 있었나?

이상훈 교사는 “개학하고 나서 1주일만 단속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후문을 폐쇄하고 학생지도를 하려고 했다. 이 교사는 “그전에 학교에서 두발단속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학생들이 자유롭게 머리를 하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학교 김모군(고1)은 “1학기 때도 두발 단속이 있었다”며 “내 친구 중에 바리캉으로 강제이발 당한 학생도 있다”고 학교 측과 반대 의견을 말했다.

#6 시위 주도 학생에 대한 징계여부

학교에선 소지품 검사 등을 통해 시위 주도 학생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학교에서 시위를 주도한 학생에게 자퇴를 권유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에 대해 이상훈 교사는 “자퇴를 권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사는 “조만간 징계를 위한 심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자퇴는 아니더라도 봉사활동 정도의 처분을 받을 순 있다”며 징계가능성을 시사했다.

#7 청소년단체에 제보한 학생을 찾은 적 있나?

이 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시위가 무산된 다음날, 학교에서 1, 2학년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청소년단체 ‘아수나로’에 제보한 학생들을 찾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훈 교사는 “각 담임별로 제보 학생을 찾을 순 있어도 전체 학생을 모아놓고 찾은 적은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학생들과 의견이 달랐다.

#8 야간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강제로 진행하나?

이 학교 박모군(고1)은 “학교에서 보충확인서에 ‘보충을 한다’고 쓰라고 하는 등 강제로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훈 교사는 “학부모의 의견을 듣고 학생을 설득하는 경우는 있지만, 강제로 시킨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교감도 “정규수업이 끝난 다음에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학교에선 강제로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밤 10시 이후에 일부 학생들이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교감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서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학생 본인이 자발적으로 원하는 경우 공간을 내줄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밤 10시 이후의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 교감은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원해서 교실을 빌려주는 불가피한 경우”라며 교육부의 금지방침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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