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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0 16:57 수정 : 2006.09.11 13:40

저항 문학과 한용운

사건 중심의 역사는 전체적인 그림은 잘 그려지지만 자칫 딱딱해지기 쉽다. 반면 사람 중심의 역사는 전체 윤곽 파악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으나 역사속 현장으로 끌고 들어가는 흡인력이 강하다.

<저항문학과 한용운>은 인물 중심의 역사책이다. 스님이며,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뜨거운 생애를 보낸 한용운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글쓴이는 스님이나 <님의 침묵>의 지은이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한용운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크게 넓힌다. 한용운은 3·1 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옥고 등 갖은 난관에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독립지사이자 애국지사였다. 민족대표들에 대한 법원의 결심공판에서 “우리들은 우리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정치란 덕에 있는 것이지 험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그의 최후진술은 일본인 판사의 가슴을 울릴 정도였다고 한다.

한용운은 또한 민족의 앞날의 걱정하고 독립의 정신을 고취하는 수많은 시와 소설, 연설을 남겼다. “자유는 만물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류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자유가 없는 사람은 죽은 시체와 같고 평화를 잃은 자는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이다. … 위압적인 평화는 굴욕이 될 뿐이니 참된 자유는 반드시 평화를 동반하고 참된 평화는 반드시 자유를 함께 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조선 독립의 서> 는 지금도 명문으로 기억되고 있다. 옥에서 다른 민족대표들이 변절할 때도 한용운은 “만일 몸이 없어진다면 정신만이라도 영원토록 독립운동을 할 것이다.”라며 흔들림없는 강인한 의지로 진정한 애국지사의 면모를 보였다.

인물을 한가운데 놓고 풀어가는 역사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한용운 전기는 아니다. 그가 살았던 당시의 역사적 사실도 어느 역사책 못지 않게 충실하게 담겨 있다. 예컨대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 국가 총동원령과 황국신민화 정책 등 역동의 식민지 시대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풍부한 자료사진과 다른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얘기를 곳곳에 덧붙여 놓은 덕이다.

특히 원본 그대로 공개한 사료들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광수가 ‘가야마 미쓰로’로 창씨개명한 뒤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 … 나는 지금도 이런 신념을 갖는다. 즉 조선인은 조선인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고. 피와 살과 뼈까지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 속에 진정으로 조선인의 영생을 위한 유일한 길이 있다고….라고 밝힌 변을 다른 역사책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서강북스가 내놓은 ‘다큐동화로 만나는 우리 역사’(전 8권) 가운데 마지막 권이다. <수원 화성과 정약용> <동학과 녹두장군 전봉준> <항일독립운동과 안중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김구> 등이 앞서 나왔다. 이정범 글, 이희근 감수.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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