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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0 16:59 수정 : 2006.09.11 13:40

안녕 캐러멜

어렸을 적 개나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우리와 함께 걷고, 뛰고, 낑낑대고, 울고, 웃던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이불 속으로 끌고 들어가 같이 자기까지 했을까.

서부 사하라 사막 난민촌에 사는 코리에게 새끼 낙타 캐러멜은 그런 존재였다. 귀가 들리지 않아 친구가 없는 코리에게 아기 낙타는 유일한 친구다. 코리는 자신의 속내를 입술을 움직여 말하고, 캐러멜 역시 자기 방식대로 입술을 움직여 엄마 낙타에게 들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코리는 캐러멜의 말을 받아 적으면서 글을 깨치고 시까지 쓰게 된다.

<안녕, 캐러멜!>은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과 아기 낙타의 우정을 그린 감동어린 동화다. 장애인 소년이 아기낙타와 어떻게 친구가 되는지, 그 우정이 얼마나 절실하며 깊은지 절절하게 보여준다. 캐러멜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어렸을 때 기르던 누렁이, 점박이, 워리 등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태평양 섬 비취자갈보다 영롱하고 순수한 이들의 우정도 현실 앞에서는 시련을 맞아야 하는 게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병에 걸려 또는 늙어 죽는 우리의 애완견, 애완 고양이와 달리 캐러멜은 기근의 희생물이 되고, 이로 인해 이승에서의 코리와 캐머멜의 우정과 사랑도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시련과 이별은 코리가 처한 비극적인 환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1년 강수량 4~5cm에 불과하고, 밤에는 영하 10~20도 낮에는 60도의 폭염이 내리쬐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하라위 민족은 원래 서사하라 초원지대에 살던 부족. 내전과 기근, 모로코의 압박으로 고통받다 쫓겨나 캄캄한 천막과 진흙으로 지어진 오두막에서 근근이 사는 이들에게 낙타는 생존을 위해 잡아 먹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남과 이별은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이별의 아픔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코리는 자신이 가져본 단 하나의 친구를 희생 제물로 빼앗기면서, 때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캐러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받아적어 아름다운 시를 짓는다.

“내 생명이 꺼진다고 /눈물짓지 마 /우리가 함께 산 날을 생각해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난 너의 기억을 안고 /하늘의 초원으로 가는 거야

네가 사는 동안 / 난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게

넌 아직 알 수 없지만 / 네가 밤을 맞으면 /너도 그것을 /이해할 거야

작은 코리 /내 하나뿐인 친구…”

강요된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환경에 얼마나 희망적으로 대처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하라위 민족은 불행한 환경을 인내와 수용과 희망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 코리는 그 사하라위 민족을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스페인 작가 곤살로 모우레가 일년에 한 차례씩 사하라위의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글의 소재를 찾던 중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라고 한다. 배상희 옮김. 주니어김영사/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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