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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 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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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강산이가 놀러 왔으니 그 동안 야단친 것도 미안하고, 그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학교 공부 때문에 못하게 했던 것도 마음에 걸려, 글루건을 내 놓았다. “심심해? 그럼 오늘은 맘껏 뭔가 만들어 봐라.” 강산이의 두 눈에서 광채가 났다. <즐거운생활> 시간이나 교실 환경 구성을 할 때 나는 글루건을 자주 사용했다. 그때마다 강산이는 그것을 만지고 싶어 했지만 줄 수가 없었다. 뜨겁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사용하게 내주니 숨소리까지 달라졌다. 강산이는 교실에 모아둔 재활용품에서 맘에 드는 것들을 골라 높이 30센미터 가량의 로봇을 뚝딱 만들었다. 뜨거운 글루건으로 손끝 하나 데지 않고 잘 만들었다. 어른인 나도 글루건을 사용할 때마다 데어서 비명을 지르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대단하다. 우유갑으로 몸체를 만들고 눈, 코, 입과 장식은 병뚜껑, 클립,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로봇을 안고 강산이는 행복한 얼굴로 돌아갔다. 참 재주가 좋은 아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강산이의 재능을 키워 주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것이 특기적성 교육인데… 하는 아쉬움에 잠겼다. 학교 시간표도 빡빡하지만 강산이 개인 시간표도 빡빡하다. 어디에도 강산이가 맘 좋고 재능을 키워 나갈 공부 시간은 없다. 그나마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가면 대학갈 준비에 더욱더 멀어질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강산이처럼 재능 많은 아이들을 아깝게 놓칠 때가 있다. 개인의 재능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교육과정에 맞춘 학교 교육. 획일적인 부모의 기대,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 주지 못한다. 영국의 썸머힐 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강산이는 참으로 행복해 할텐데…. 소중애/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sojoong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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