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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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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바보와 같이 숙제를 같이 하게 되다니…내가 너라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다. 어리석기는!”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떨까?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눈앞이 흐릿해 지지 않을까?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 전문가들은 ‘번역’의 기술을 익히라고 충고한다. 말 그대로 받아드려 흥분하지 말고,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친구는 정말로 내가 혀 깨물고 죽기를 원할까? 물론 아니다. 이 말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너는 어설프고 불성실하게 숙제를 해. 그러니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꼼꼼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만약 말투 자체에 주목했다면, “너는 그 따위로 밖에 말을 못하니? 네 인간성이 의심스럽다!”라는 식의 거친 반격이 튀어나오기 쉽다. 끝없는 ‘말꼬리 잡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욱하는 감정을 참고 상대의 속상하고 불안한 마음을 바라보면, 흥분한 친구의 말 속에서 본심을 짚어낼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대꾸해야 할까? 이렇게 해보자. “내가 숙제를 제대로 안 할까봐 불안하구나? (상대방 감정 읽어주기) 네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마음이 상해(나의 감정 표현), 나도 잘하고 싶어. 그러니 어떻게 함께 숙제를 잘 할 수 있을지 같이 이야기 하지 않을래? (발전적 제안)” 대화 전문가들은 상대의 마음을 읽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며 대안을 내놓는 순서로 말 하는 방식을 ‘나-표현법(I-expression)’이라고 부른다. 반격하기 보다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나의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라. “너는 그 따위로 밖에 말을 못하니?”는 공격이지만, “네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마음이 상해.”는 내 감정의 ‘표현’이다. 공격받으면 반격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고 나 때문에 받은 상처를 보여주며 이해를 구하면 화났던 마음은 금세 누그러들기 마련이다. 이런 식의 대화를 하다보면 논쟁은 어느덧 이해와 화해로 바뀌게 된다. 주변에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친구가 있는가? 공격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고 나의 속상함을 표현하려고 노력해 보자. ‘나-표현법’은 단단하게 맺힌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좋은 대화 방법이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다음의 말에 담긴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번역’ 해 봅시다. 그리고 ‘나-표현법’에 따라 대꾸할 말을 만들어 봅시다. “이번에도 또 바닥이구나? 너 같은 돌 머리가 네 자식이라니 정말 창피하다!” “입 좀 다물어라. 너는 어떻게 된 아이가 단 일분도 집중을 못하니?” “좀생이 같기는. 못 생기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그렇게 손이 작아서 어디다 쓸래?” <체조방법>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가장 많이 상처를 주는 사람을 떠올리게 합시다. 그 사람의 어투와 말버릇, 제일 곤혹스러웠던 표현을 적게 합니다. 학생들이 생생하게 분노와 좌절감을 되새겼다면, 이제 상처 주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번역”해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나- 표현법”에 따라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전하는 연습을 해봅시다. 오랫동안 어긋난 인간관계는 한 번에 회복되지 않습니다. 약도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내는 법입니다. “나-표현법”의 꾸준한 연습을 통해 마음이 아프지도, 아프게도 하지 않는 대화 방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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