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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0 17:22 수정 : 2006.09.11 13:43

교과서로 끝내는 과학 논술

지난호(8월28일)에서 과학논술의 첫번째 연습으로 ‘주변 현상 설명하기’를 해보았다. 두 번째 연습은 평상시 또는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에 대해 ‘과연 그러할까?’라는 식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물론 그 질문이 대안 없이 막연한 것이어서는 더 이상 글의 진전이 있을 수 없다. 과학논술의 두 번째 연습 과정에서 제출한 학생글의 도입 부분을 모아 보았다.

학생글 1 : 차가운 냉면을 먹었는데 왜 땀이 날까

냉면이 차갑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차가운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먹다 보면 무더운 여름날에도 서늘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왜 차가운 냉면을 먹으면 땀이 나는 것일까? (중략) 무엇을 넣어 만들었기에 매운 맛이 날까?

학생글 2 : 왜 전원을 켜면 선풍기가 돌아갈까

여름철에 더위를 이겨내게 도와주는 선풍기. 어렸을 때 한번 쯤은 선풍기 앞에 얼굴을 대고 ‘아아아아~’ 할 때 나오는 묘한 소리를 듣고 재밌어 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중략) 왜 선풍기는 전기가 흐를 때 회전을 할까?


학생글 3 : 왜 지우개로 문지르면 지워질까

우리들은 흔히 글을 지울 때 지우개를 사용한다. (중략) 한편 연필심은 흑연이라는 물질로 만들어지는데, 이런 연필을 갖고 글씨를 쓴다고 해보자. 그 작은 알갱이들이 떨어지면서 글씨가 쓰일 것이다. 이때 지우개로 문지르면 지우개의 가루들이 흑연가루들과 접착을 하게 된다.

이 글들의 공통점은 어떤 현상을 설명하되, 단순히 현상이나 사물을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글을 썼다는 점이다. 학생글1에서는 ‘매운 맛’을, 학생글2에서는 ‘전기’를, 학생글3에서는 ‘흑연가루와 지우개 가루의 흡착’을 질문에 대한 설명의 중요한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과학논술은 과학이라는 특수한 사례를 통해 비판적으로 따지면서 써나가는 글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야 글을 감정이나 주관이 아닌 객관적으로 써 나갈 수 있다.

그 밖에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 제목으로는 “사람은 어떻게 서 있을 수 있을까(중력), 왜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칠까(반사), 버스가 급정거하면 왜 앞으로 넘어질까(관성), 얼음물이 든 컵 표면에 왜 물방울이 맺힐까(응결)” 등이 있다. 모두 자신이 평상시 경험하는 현상을 과학논술의 주제(글쓴이의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음)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글을 써나가고 있다. 이렇게 ‘왜’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과학논술을 연습하는 것은 글을 일관성 있게 만들어주고,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이처럼 주위에서 경험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을 시도하는 것은 과학논술의 첫 번째 연습이었던 ‘흔한 현상 설명하기’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연습이지만, 남들의 생각과 차별화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얼음물이 든 컵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현상을 ‘왜’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응결’이라는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그 다음 단계는 ‘과연 얼음물이 든 컵 표면에는 항상 물방울이 생길까’, ‘과연 얼음이 든 물만이 컵 표면에 물방울 맺히게 할 수 있을까’처럼 경험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서술해 보아야 한다. 염화수소와 암모니아를 이용한 기체확산 실험에서 ‘이 실험 결과 왜 염화수소와 가까운 쪽에 흰색 고리가 생길까’보다는 ‘과연 기체 확산 실험은 유리관을 수평하게 놓고 실험해야 할까? 수직으로 놓으면 수평으로 놓은 것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없을까’ 식으로 흔한 경험과는 다른 사고의 훈련이 필요하다.

최원석/서울 중동고 화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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