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0 17:42
수정 : 2006.09.11 13:44
생각키우기
시인 김동명은 “내 마음은 호수요”라고 노래합니다. 내 마음은 호수가 되고 촛불이 되기도 하고 나그네, 낙엽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과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은 그 생김새가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마음과 호수, 마음과 촛불, 마음과 나그네, 마음과 낙엽이 닮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내 마음이 호수, 촛불, 낙엽이 되는 때를 경험합니다.
시인은 이 세상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람들입니다. 시는 비논리적인 세계, 합리적이고 계산되지 않는 세계의 여러 겹들과 차원을 느끼고 사유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는, 계산기로는 측정할 수 없는 세계를 만나고 상상하게 합니다.
사고력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마음과 호수의 공통점,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있을 때 ‘내 마음은 호수’라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사고력의 중요한 능력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추론능력’입니다. 추론이란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 선택, 결정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추론능력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들 사이의 연관성, 관계성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증거들 속에서 연관성을 찾아 범인을 알아내는 셜록 홈즈처럼 관찰된 지식과 정보 속에서 닮은 점, 공통점, 유사성을 알아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는 아주 멀리 있는 것들, 전혀 닮지 않는 것들, 한번도 만나지 못한 것들 사이의 사연을 알려줍니다. 영국의 시인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세계를 보고/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그대의 손바닥 안에 무한(無限)이 있고/한 순간 속에 영원(永遠)이 있다’라고 노래합니다. 블레이크는 이 짧은 문장으로 모래알과 세계, 들꽃과 천국, 손바닥과 무한, 순간과 영원의 관계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때로 학교 교육은 시를 통한 사유의 자유로움, 세계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유의 길로서 시의 힘을 방해 하기도 합니다. 시의 주제를 하나로 규정하여 외우게 하기 때문입니다. 일제치하에서 쓰인 시는 모두 조국광복을 염원하는 시로 해석됩니다. 시를 읽자마자 먼저 내재율과 외재율을 찾게 하고 마치 논문을 분석하듯 주제 찾기를 시작합니다.
시의 리듬과 운율이 발전하여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노래가사에서 시를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동요를 부르면서 시를 배웁니다. 내 마음이 호수가 되는 광경을 상상합니다. 시를 낭송하면서 하늘과 바다, 강과 나무, 그리고 내 마음속의 수천 수만 가지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김소월, 윤동주, 정지용, 김남주, 서정주 등 시인들의 힘을 빌어서 새로운 사유의 세계, 상상의 세계, 그리고 언어의 마술을 느껴보세요. 아이들은 시인의 능력, 시인의 감수성, 시인의 눈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차오름/지혜의숲에포크아카데미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초등 사고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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