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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0 19:07 수정 : 2006.09.10 22:14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학 전형계획 발표 결과 논술이 당락을 결정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추진해 온 내신(학생부) 중심 대학입시 제도가 사실상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엄청나게 커진 데 반해 공교육 체제에선 이에 대한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07학년도 내신 실질반영비율 2.28% 그쳐
내신중심 대입제도 사실상 물건너가나 우려
교사들 “통합형 논술 준비안돼 결국 사교육 의존”

지난 8일 공개된 2008학년도 입시 전형계획을 보면, 서울대는 △정시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 △특기자 전형에서 각각 모집인원의 3분의 1 가량씩을 뽑기로 했다. 그러나 내신 중심으로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제외하면, 나머지 전형에선 내신 반영 비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모집의 경우 2단계 평가에서 내신 비율을 40%에서 5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질반영 비율은 미미하다. 2006학년도와 2007학년도 정시모집에서도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은 2.28%에 불과하다. 내신 100점 만점에 기본점수를 94.3점이나 주기 때문이다.특기자전형은 아예 서류평가와 면접·논술로 뽑는다.

서울대 쪽은 2008학년도의 학생부 실질 반영률은 내년 3월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현행 실질 반영률을 크게 높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 때문에 모집인원의 3분의 2 정도는 사실상 논술이 당락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논술 비중은 2007학년도 전형안과 견줘 정시모집의 경우 자연계 0%, 인문계 10%에서 둘 다 30%로 매우 커졌다. 특기자 전형에서도 논술·면접 비중이 50%로 매우 크다. 논술이 정시모집과 특기자 전형에서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 입시안 발표는 2008학년도 입시안 발표를 앞둔 주요 사립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가 내신 실질반영률을 현행대로 할 경우 다른 사립대들도 내신 비중을 높이지 않은 채 논술 비중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논술 비중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이에 대해 거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교육 정상화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사교육 논술 시장은 벌써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용성 전남 여수여고 교사는 “최근 대학에서 출제하는 통합형 논술 문제는 교사들조차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며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으로 문제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건 대전 보문고 교사는 “통합형 논술은 교사들 간에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함께 가르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사교육에 많이 의지하게 되지만, 농어촌 등 지방 학생들은 그것조차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의 2008 입시안대로라면 내신, 논술, 수능에 모두 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시 3중고는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논술이 당락을 좌우하지만, 내신과 수능도 가벼이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능이 자격고사화했다 하더라도 선발 인원의 3배수 안에 들어야 하는 탓에 치열한 경쟁은 여전하고, 지역균형선발과 특기자 전형에도 ‘수능 2개 영역 2등급 이내’ 등의 형식으로 최저학력 기준을 정해둔 탓이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정시모집, 지역균형선발, 특기자 전형 등 모든 과정에서 내신, 수능 최저등급 적용, 논술 등이 포함돼 학생들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할 수 없다”며 “입시 인재, 입시 만능인을 요구하는 입시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도 성명을 내어 “논술과 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 부활과 다름없는 입시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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