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0 19:45
수정 : 2006.09.10 22:59
교육부 “1400명중 200~300명만 배치” 딴소리
교육생 “잘나가는 직장 관뒀는데…” 집단반발
교육부는 지난 3월 ‘전문 상담교사 2500여명을 내년까지 양성해 2009년까지 3200명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학교에 상담교사 배치가 시급해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시적 양성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고교 국어교사 6년차에 접어든 김민정(가명)씨는 이 발표를 보고 교사직을 그만두고 양성과정에 등록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자살, 학생들의 고민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상담교사의 필요성을 고민해 오던 터였다. 주 6일 하루 4~6시간씩 발표수업과 실습·시험이 8개월 동안 계속되는 과정이 벅차기도 했지만 성실하게 과정을 밟아나갔다. ‘잘나가는’ 아이티 기업의 2년차 대리였던 조수영(29·가명)씨도 교육부 발표를 보고 5월부터 양성과정에 다니고 있다. 평소 심리 상담에 관심을 기울이던 그는 상담교사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연봉 4천만원 직장을 포기하는 대신 두 학기 학비로 500만원을 냈지만 아깝지 않았다.
현재 김씨나 조씨처럼 전국 36개 대학에서 운영하는 ‘전문 상담교사 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이는 1400명이 넘는다. ‘상담교사 배치 계획 인원의 100~120% 양성한다’는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1천명 이상이 임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은 과정을 이수하고 임용시험을 통과하면, 대부분 내년부터 상담교사로 학교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근 행정자치부와 잠정 합의한 내년도 전문 상담교사 증원 인원은 사서교사와 치료교사까지 합해 500명이다. 따라서 올해 전문 상담교사로 임용될 인원은 200~3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행정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전국 전문상담교사 양성과정연합’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난달 11일 국회 앞에서 700여명이 모여 ‘학교에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20일엔 전문상담 교사의 필요성을 알리는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개설된 양성과정에 다니는 이지영(27)씨는 “교육부 스스로 양성과정까지 개설했으면서 이제 와서 임용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인생의 진로를 바꾼 사람들을 어떻게 할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교육부는 양성 계획과 임용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양성과정 발표 당시 ‘양성과 임용은 별개’라는 단서를 달아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교육부 교원양성과 관계자는 “교원 임용 평균 경쟁률이 10 대 1을 웃도는데 전문 상담교사 임용 경쟁률은 그보다 낮지 않냐”며 “국공립 학교에 임용이 되지 않더라도 사립학교에 채용이 될 수 있고, 양성 과정을 이수해 전문 상담교사 2급 자격증을 받으면 내년에도 임용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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