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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 명절을 앞 앞두고 민주노동당 남성 당원들이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평등명절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김태형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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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 위기’배경,대안 통찰을
[지문]
근대 초기의 여성상은, 가족의 생계 부양자이자 가장으로서의 남성상을 보완하는 모습이었다. 모성, 의존, 감정, 사랑스러움 등이 그 여성상의 내용을 이룬다. 그러나 후기로 가면서 여자들이 고등교육의 기회를 얻고 경제 활동에 대거 참여하게 되자, 이런 변화는 ‘근대적 여성성’의 위기로 이어졌다. 여자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일터에서는 여성적이기보다 중성적이기를 요구 받으면서도, 가정에 들어가면 남편의 요구를 충실히 들어 주는 종전의 여성성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근대적 여성성의 위기는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크게 완화되었다. 20세기 초반부터 여성 중심의 남녀평등주의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있지만, 그 차이는 대부분 통계적인 차이이지 절대적인 차이는 아님을 강조해 왔다. 만일 성에 따른 생득적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는 그냥 두어도 드러날 것이니, 미리 성별에 따라 다르게 사회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렇게 여성들이 여성성을 스스로 규정하는 운동을 펼친 결과, 여성들은 가정과 일터 모두에서 스스로의 자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선진적 조직인 벤처 회사들의 탁월한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시사한다.
여성들이 스스로 여성성을 새롭게 규정하기 시작하면서 ‘여성성의 딜레마’를 나름대로 극복해 갈 즈음, 남자들은 남성성의 위기를 겪게 된다. 영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책임감 있고 용감한 신사들이 급격히 사라지는 한편, 책임을 회피하고 감상적이며 나약한 ‘신종 남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신세대’ 남자는 남자됨을 자랑스러워하기는커녕 기피하거나 거부하려 든다. 사회로부터 분리되고 아늑한 공간인 가정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고실업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장이 되는 꿈을 꾸던 남자들이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가장 큰 거부감을 드러내는 집단은 전통적인 남성성에 자존심을 걸고 있는 보수적 남성들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여자를 보호하는 ‘강한 자’ 또는 가장이라는 점에서 찾았던 남자들은, 여성이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에서 큰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자존심이 상한 남자는 무리한 방식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회복해 보려 하게 되는데, 남성들의 폭력은 상당 부분 이런 근대적 남성성의 붕괴 현상과 관련이 있다.
지금 우리는 여성성보다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에 살고 있다. 정복과 경쟁의 표상으로서의 남성성이 해체되어야 할 지점에 온 것이다. 상호 협력과 네트워킹이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사실상 근대적 남성성의 덕목인 독립성과 경쟁심, 권력 지향성은 오히려 사회적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선각자적 논의들은 모두 소통과 보살핌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눈물을 흘리는 남자, 감정으로 소통할 줄 아는 남자, 평등 의식과 보살핌의 능력을 가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조한혜정, 여성성과 남성성>
[문제]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여성들은 스스로 여성성을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주어진 모순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② 여성성의 모순이 해결되면서 위기를 느낀 남성들은 여성성의 수용을 통해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였다.
③ 여성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함으로써 가정과 직장에서 요구되는 근대적 여성성에 모순이 생기게 되었다.
④ 근대적 남성성은 소통과 상호 협력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⑤ 여성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남성들의 폭력은 근대적 남성성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2004년도 6월 2학년 학력평가>
[유형노트]
내용 일치의 문제
한 편의 글에는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따라서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용 일치의 문제는 학생들이 지문을 정확히 이해하였는지를 묻는 기본 문제로, 가장 쉬운 유형이면서도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유형이기도 하다. 이 유형에서는 지문 속의 정보와 답지의 일치 여부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우선 사실적인 태도로 지문을 이해하는 게 바탕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답지를 하나하나 짚어 가며, 답지의 근거가 지문의 어디에 나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풀면서 확인한 정보들이 다른 문항의 힌트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풀이]
정답: ②. 글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답지의 근거가 제시문의 어디에 있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풀어야 한다. 제시문의 셋째, 넷째 문단을 보면, 여성성의 모순이 해결되면서 남자들은 남성성의 위기를 겪게 되며, 자신들의 남성성을 회복해 보려고 폭력 등의 수단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즉, 여성성의 수용은 남성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 방식이 아닌 것이다. 또 ‘지금 우리는 여성성보다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에 살고 있다’라는 표현으로 볼 때 남성성의 위기는 아직 극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만기/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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