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06 18:21 수정 : 2005.03.06 18:21

정재서의 동양신화 속으로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천 년 동안에 싸움이 없었던 평화로운 시절은 얼마 안된다고 한다. 신들의 세계는 어떠했을까? 신들은 인간보다 완전하긴 하지만 신들의 세계라고 해서 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신들은 자기네끼리 질투도 하고 싸움도 하고 인간을 부추겨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은 겉으로 보면 그리스와 트로이 사람들 사이의 전쟁 같지만 사실은 신들의 불화에서 일어난 싸움이 아니었던가? 특히 신들의 세계에도 인간 세계와 마찬가지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 흔히 있었다. 동양신화에서 이와 관련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황제와 치우(蚩尤) 사이에서 벌어진 동과 서의 패권전쟁이었다. 특히 치우는 이 전쟁의 주역이자 동양신화에서 최고로 손꼽는 투쟁의 영웅이었다.

먼저 치우의 출신 성분을 알아보자. 치우는 동방의 구려(九黎)라는 신족의 우두머리로 생김새 또한 범상치 않았다. 그는 구리로 된 머리에 쇠로 된 이마를 갖고 있으며, 모래와 돌을 밥으로 먹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몸과 소의 발굽에 4개의 눈과 6개의 손을 지녔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엽기적인 이러한 모습은 그가 타고난 싸움꾼이었음을 말해 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칼과 창 등 무기를 만드는 데에도 뛰어나 그의 일족은 당시 강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의 발굽을 지녔다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소머리를 한 염제 계통의 신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황제와 치우와의 전쟁은 단순한 개인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당시 중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겨루었던 팽팽한 두 세력인 서방의 황제계 신들과 동방의 염제계 신들의 큰 싸움이었다. 이 싸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첫번째 싸움은 먼저 대륙을 지배했던 동방의 염제와 새롭게 서방에서 일어난 황제와의 전쟁이었다. 황제는 호랑이, 곰 등의 맹수 군단을 동원해 염제군을 공격했다. 양군은 동방의 판천(版泉)이라는 곳에서 격돌했는데 태양신 염제는 불을 무기로 사용했으나 벼락과 비바람의 신인 황제에게 패해 남방으로 쫓겨갔다. 그러자 치우는 염제의 후예로서 패배한 주군 염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리고 동방 신족의 패권을 탈환하기 위해 황제에게 도전하게 된 것이다.

치우는 황제와의 전쟁을 위해 신족 전체와 염제계의 모든 신들에게 동원령을 내렸다. 일설에 의하면 치우에게는 72인 혹은 81인의 용맹한 형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람의 신 풍백, 비의 신 우사, 거인인 과보 종족, 산도깨비 이매와 물도깨비 망량 등의 무리가 가세해 대군을 이루었다. 마침내 치우군은 황제 타도의 기치를 내걸고 황제의 영역이었던 탁록 땅으로 진군했다. 과연 이 큰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가?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