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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6 18:34 수정 : 2005.03.06 18:34

아직 춥지만 그래도 봄

우수 경칩 지나고 이제 봄이다. 아직은 추위가 그리 쉽게 물러가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한낮은 어김없는 봄볕이다. 햇볕 바른 자리 매화는 벌써 꽃을 피워 향기를 바람에 조금씩 실어보내기도 하고, 용외 시처럼 새끼손가락 크기만한 봄나물이 한 자리 잡고 딱 앉아 있는 때다.

길가에 쑥, 냉이가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자라나 있다.

이제 막 태어나서

길가 한 자리에

딱 앉아 있다.

작은 웅덩이에

미나리도 조금씩 자란다.

아직 춥지만

그래도 봄이다.

(박용외/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우리 동네 건동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며느리는 정지문(부엌문) 잡고 울고, 머슴은 삽짝(대문) 붙잡고 운다’는 때가 지금이다. 대보름도 지나고 이제 농사일을 슬슬 시작해야 되니 고된 일을 할 걱정에 며느리는 정지문 붙잡고 울고 머슴은 삽짝 붙잡고 운다는 것이다.

논 갈기

할아버지가

경운기 앞머리만 빼 가지고

논에 가서

경운기 뒤에 달려 있는 삽으로

논을 간다.

할아버지는

놀이 기구 타듯 삽에 올라가

꾹 꾹 눌리며 앞으로 간다.

나는 요구르트와 빵을 가지고

할아버지한테 가서

“할아버지, 빵하고 좀 드시고 하세요.”

“알았다. 놔 뚜나라.”

할아버지는

논골에 앉아 먹고

다시 논을 간다.

(하상우/밀양 상동초등학교 6학년)

소가 하던 쟁기질을 경운기나 트랙터가 대신 하는 세상, 경운기에 쟁기 달아 논을 가는 상우 할아버지. 땅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도록 쟁기 위에 올라 꾹 꾹 눌리면서 논을 간다. 손자가 가져온 중참으로 입가심하면서.

논 갈고 밭 가는 일부터 시작해 우리네 들녘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이즈음, 꽃샘추위가 아무리 용심을 부려도 용외 말대로 ‘그래도 봄이다.’

이승희/밀양 상동초등학교 교사 sonun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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