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6 18:43
수정 : 2005.03.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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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Lust fo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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퀭한 눈빛으로 뚫어질 듯 노려보는 사나이,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보리나주 탄광 지대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타의로 그만 두게 된다. 민중과 함께 숨 쉬고자 했으나 허용하지 않는 완강한 교단의 벽. 청년 예수를 꿈꾸었던 그는 좌절을 극복하려 애쓰다가 마침내 화필을 잡는다. 27살.
그는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태양을 삼키려 했고, 다시 자신의 귀를 자르면서 이 세상 모든 빛들을 가두고자 했다. 그에게 예술은 언제나 운명이었고, 운명은 그의 전 존재를 늘 요구했다. 열정과 고통, 환희와 같은 낱말들이 겨우 그의 삶과 예술을 어렴풋하게 더듬을 수 있을 뿐이다.
고흐의 그림은 일체의 설명 없이도 가슴으로 직접 다가온다. 강렬한 터치의 붓과 꿈틀거리고 폭발하는 듯한 선들로 직접 파고드는 것이다. 미술에 관한 지식이나 이론이 필요 없다. 곧바로 영혼 깊숙이 뚫고 들어온다.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삶과 예술을 찾고자 불꽃처럼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가 얼마나 삶의 굴레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로지 동생 테오만이 예외였다. 피를 나눈 빈센트 테오 형제는 약 10여 년 동안 7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생전에 고흐가 그린 약 900여 점의 유채화, 1800점의 소묘는 바로 테오가 빈센트를 통해 그리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피와 영혼을 함께 나눈 형제였다.
젊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 충격을 받은 그는 파리에서 아를로 가며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운다. 그는 게으른 천재나 부지런한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의 핏방울, 숨소리 일체를 고스란히 그림에 쏟았다. 마지막 노력을 다했을 때 그는 지상의 힘겨운 삶을 놓았다. 그는 지상으로 유배된 천상의 화가였다.
고흐의 자화상은 내면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다. 바깥에 귀 기울이는 그의 청각이다. 그는 죽기 5년 전에 무려 40여 점이 되는 자화상을 그린다.
고흐에 관한 책이 여럿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여전히 손꼽을 만하다. 탁월한 전기 작가답게 자연스럽고 감동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을 고흐의 선과 색, 눈빛과 숨결 속으로 끌어들인다.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소설을 읽는 듯 생생하다. 어빙 스톤은 고흐를 여는 명쾌한 열쇠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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