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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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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닉스〉(사진)는 1965년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의 〈피닉스의 비행〉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영화의 배경이 사하라 사막에서 고비 사막으로 바뀐 것을 빼면 비슷한 내용이다. 대규모의 화려한 액션 장면을 기대한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지만 드넓게 펼쳐진 사막과 함께 생존자들의 모험이 나름대로 볼만하다.
조종사 프랭크(데니스 퀘이드)와 부조종사 에이제이(티레스)는 뜨거운 모래 폭풍 속에 무리한 비행을 하다 사막 한가운데 추락한다. 그들이 불시착한 곳은 고비 사막(촬영은 사하라 사막에서 이루어졌다)으로 어디를 봐도 끝없는 모래뿐이다. 고비 사막의 ‘고비’는 몽골어로 ‘자갈이 많은 평원’이라는 뜻이다. 모래보다는 자갈투성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비 사막은 공룡 화석의 보고로 알려진 곳으로 수천만년 전에는 숲으로 덮여 있었다. 이는 사하라 사막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황량한 사막이지만 과거에는 지금과 달리 물이 풍부해 생물들이 살기 좋은 지역이었다. 대륙이 이동하기 때문으로, 오늘날 살기 좋은 지역도 먼 훗날에는 사막이 될 수 있다. 지금도 사막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자연적으로 넓어지기도 하지만 환경 파괴로 사막 가속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비행기가 추락하자 생존자들은 물과 식량부터 확인하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을 정해 날마다 분배한다. 또 텐트를 만들어 그늘에서 생활하며, 밤에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막에서 생존하는 기간은 물과 땀을 흘리는 양, 태양에 노출된 시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와 같이 옷을 벗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노출된 피부를 통해 땀의 증발이 많아져 그만큼 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긴 팔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샌들보다는 발을 모두 덮을 수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또 헐렁한 옷을 입어야 피부와 마찰을 일으켜 발생하는 땀띠와 피부염증을 막을 수 있다.
보통 사람은 물 없이 사막에서 사흘 이상 견디기 어렵다. 음료 광고에서는 수분이 2% 부족하면 이온음료로 꼭 보충해야 하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사람은 3% 정도 부족해도 별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5~8% 정도 빠져나가면 피로와 현기증을 느끼고, 10%가 넘어가면 심한 갈증과 더불어 육체적, 정신적 기능이 떨어져 헛것이 보이는 수도 있다. 25% 정도면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체액을 보존하기 위해 억지로 땀의 증발을 막으면 오히려 열사병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열사병을 흔히 뜨거운 태양 아래서 활동할 때 발생하는 일사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열사병은 신체가 체온 조절을 실패했을 때 일어난다. 운동이 끝나고 땀이 체온을 식혀 주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 열사병이다. 하지만 사막에 잘 적응한 낙타는 놀랍게도 체온을 높임으로써 땀이 나는 것을 억제해 물의 낭비를 막는다. 예전의 텔레비전 광고 중에 사막을 헤매던 사람에게 “나는 당신의 입술만 적셔 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립글로스 광고가 있었는데, 이때 립글로스가 아니라 물이라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물을 먹지 못한 사람에게는 광고에서와 같이 입술을 적신 뒤 몇 모금씩 천천히 마시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급하게 물을 마시면 구토를 일으켜 오히려 체액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버드나무 잎을 띄워 급할수록 천천히 물을 마시게 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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