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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7 16:25 수정 : 2006.09.18 15:27

오웬과 음제 /

저는 7살 미국 뉴욕에 사는 이사벨라라고 해요. 얼마전 신문에서 오웬과 음제의 사진을 봤어요. 엄마와 가족을 잃은 오웬이 음제를 엄마처럼 따르며 사이좋게 기대고 있는 사진을 보니,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벅찬 감동을 달래지 못해 고민하다 이 책을 만들었어요. <오웬과 음제>. 물론 혼자서는 못하죠. 아빠가 도와주셨어요. ㅎㅎ.

그런데 오웬과 음제가 누구냐고요? 얘기해 드릴게요. 오웬은 아기 하마예요. 원래는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 있는 케냐의 사바키 강가에서 진흙탕에 뒹굴며 살았죠. 한살 되던 해 어느날 비가 아주 많이 내려 오웬과 가족들을 인도양 근처 작은 해안마을까지 휩쓸고 내려갔어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며칠 뒤엔 이 마을에 갑자기 파도가 높게 일었어요. 17만5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쓰나미가 온 것이죠.

아기 하마 오웬은 바다에 빠졌어요. 그리고 산호초에 걸려 꼼짝도 못했지요. 마을 사람들이 상어잡이 그물로 겨우 구했는데, 오웬은 이제 외톨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고민 끝에 오웬을 80km 떨어진 몸바사 근처의 동물보호지 할러공원으로 데려갔지요.

고아가 된 오웬이 할러공원에서 잘 지낼 수 있었을까요? 이제 한살밖에 안됐으니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게다가 하늘과 땅을 뒤엎을 만한 큰 재앙을 겪고, 가족과 친구들까지 모두 잃었으니, 그 커다란 슬픔에서 어떻게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겠어요?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어요. 130살 먹은 거북 음제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어요. 음제는 처음에는 귀찮아 했어요. 오웬이 쫓아오면 느린 걸음으로 도망가느라 무지 고생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음제는 오웬을 친구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둘이 딱 붙어 지내는 거예요. 옆에 나란히 붙어 잠도 자고, 몸이 가려우면 서로 등을 맞대고 비벼대고, 사이좋게 잎사귀를 뜯어먹기도 했어요.

오웬과 음제


거짓말이라고요? 세상에 파충류와 포유류가 같이 지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요? 그런데 엄연한 사실이래요. 못 믿겠다면 할러공원에 가보세요. 두 눈으로 직접 보시고, 오웬과 음제를 돌보는 스티븐 아저씨한테도 물어보세요.

엄마와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아기하마가 거북이랑 우정을 나눈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어린 하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요. 오웬이 음제를 엄마 하마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음제가 오웬을 거북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진실은 누구도 모르겠죠.

어쨌거나 오웬과 음제는 제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어요. 서로 아끼며 사랑한다면 어떤 차이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앞으론 친구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야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 점에서 오웬과 음제는 참 고마운 존재예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이사벨라 핫코프, 크레이그 핫코프 글, 피터 그레스트 사진. 미세기/98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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