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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6 19:00 수정 : 2005.03.06 19:00

내 턱의 수난시대

김아영/홍성 서부중 2학년

안녕? 지금부터 내가 어렸을 때 있었던 내 턱의 수난에 역사를 들려줄게. 재밌게 들어봐.

내가 시살인가 네 살 때쯤이야. 예전에 애들이 타던 스프링 달린 목마 알고 있어? 아마 니들도 한번 정도는 탔을 거야. 못 타도 한번쯤은 봤을 거야. 부모님께서 그걸 사주셔서 나는 신이 나서 그걸 타고 있었어. 부모님께서도 ‘잘 탄다’, ‘잘 탄다’ 해주셨나봐. 그 소리에 나는 기분이 한층 더 올라갔겠지. 그래서 더 세게 타다가 목마가 그만 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한 탓인지 앞으로 ‘푹’ 꼬꾸라지고 말았지. 그때는 모두들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는데 지금 와서 그 얘기를 들으면 황당하고도 웃겨.

이번엔 술병에 관한 얘기를 해 줄게. 우리 집이 슈퍼를 하기 때문에 술병이 다른 집보다 많은 편이였어. 그래서 나는 술병을 가지고 이리 흔들고 저리 굴리고 하면서 놀았지. 그런데 그렇게 놀다 그만 내가 잘못해서 병을 깨쳤는데 부모님께서는 그것을 잘 보시지 못해서 내가 그 술병을 계속 가지고 놀았나봐. 결국 내 턱에는 뻘건 줄 하나가 쓰-윽 하고 그어지고 말았지. 참 어이없게도 똑같은 부분을 두 번씩이나 다쳤지 뭐야. 근디 이게 끝이 아니야. 아직 한 사건이 더 남아있어. 이번에 들려줄 이야기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정말 엽기적인 이야기야. 한번 잘 들어봐.

내가 일곱 살 때 쯤였어. 아빠께서 다림질판을 사 오셔서 나와 동생은 장난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했지. 다림질 판 한쪽을 상위에 걸쳐놓고 나머지 한쪽은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에 상위로 내가 올라갔지. 그런 다음 한쪽 팔을 올리고 ‘1번타자 김아영!’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쭈-우-욱 내려갔지. 다음은 ‘2번타자 김동준!’ 하고 내 동생도 탔지. 계속 번갈아 가면서 타는데 한 방향으로만 타서 그런지 재미가 없길래 나는 일명 ‘거북이’ 포즈를 취하며 내려갔지. 그렇게 내려가면서 우당탕탕! 퍽! 퍽! 하는 소리와 내 울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했지. 그러는 소리와 내 턱에서도 피가 뚝뚝 떨어졌어. 그 일로 난 일주일 정도 동안 병원에 다녔는디 그때는 너무 창피해서 고개 들기가 좀 그랬어.

아직도 그 다림질 판을 쓰고 있는데 그걸 보면 턱이 제일 먼저 생각나. 정말 엽기적이면서도 웃기지 않니? 똑같은 부분을 세 번씩이나 다치다니. 지금도 그 상처가 남아 있어서 그걸 보면 나 혼자서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니까. 너희들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만 산다는 확신은 없으니까 항상 조심조심해. 내가 한 얘기가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들려줄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그럼 이만 내 이야기를 마칠게.


■평어린 시절의 사건을 입말을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표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던 어린 시절의 사고를 입말을 사용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곁에서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이 돋보이는 글입니다. 모든 것이 신기한 시절에 겼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지난 일을 생각나게 해 줍니다.

김진수/충남 국어교사모임, 홍성 서부중 교사 jinza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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