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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7 17:47 수정 : 2006.09.18 13:49

사행성 게임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대통령은 ‘도둑 맞으려니 개도 안 지는다’는 속담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주인이 도둑이어서 개가 안 짖었다’라고 반박하는 것은 언어의 사회성을 무시한, 지나치게 발산적인 사고다.

시사로 잡는 논술 /

언어’는 정보의 저장과 전달이라는 목표를 수행하는 기호 전달의 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언어는 기호의 하나로서, 기호로 표시하는 개념으로서의 형식과 그 형식에 맞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형식과 내용은 필연적 연관이 없다. 이것이 언어의 특징인 자의성(恣意性)이다. 자의성이란 우연히 마음대로 의미를 갖게 되는 성질을 말한다. 그리고 우연히 정해진 이름은 사회성을 얻으면서 일반화 되어 정보와 지식으로 교류된다.

‘홍길동’이란 이름을 보자. ‘홍’씨 집안에 태어났기 때문에 홍이라는 성은 정해진 것이다. 하지만 ‘길동’이라는 이름은 수많은 단어들 가운데 우연히 선택하여 붙여진 것이다. 그의 이름을 ‘길동’이 아닌 ‘경래’라고 이름 지었다면 홍길동은 홍경래가 되었을 것이다. 홍길동이라고 붙여진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자라나면서 ‘홍길동’이 자신을 부르는 것 인줄을 알게 되며, 다른 사람들도 ‘홍길동’이 그를 나타내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렇듯 언어는 자의성을 가지며 만들어 지고, 다시 사회성을 얻으면서 생명력을 갖고 움직인다.

계륵 대통령·주인이 도둑…
창의적 발산적 사고도 사회적 약속 벗어난다면?

지금 사행성 게임이 창궐한 것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도둑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 는 말을 두고 “주인이 도둑이기에 개는 짖지 않았다.” “계륵 같은 대통령” 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사행성 게임이 이토록 번창하도록 만든 것이 누구의 잘못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들의 공방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도둑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는 속담의 뜻은 ‘도둑을 맞을 때에는 그토록 시끄럽게 짖던 개 조차도 짖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에서 주인이 도둑이기에 개는 짖지 않았다는 함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지나치게 ‘발산적’인 사고다. 또한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를 말한다. 닭의 갈비는 먹을 만한 살은 붙어 있지 않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부분이다. 계륵은 그다지 가치는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여기에서 ‘계륵 같은 대통령’이란 함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위이다.

얼마전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에서 제시한 <논술 평가 기준>은 이해·분석력 20점, 논증력 30점, 창의력 40점, 표현력 10점이다. 점수 배점에서 창의력이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 이유는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해석하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높이 사겠다는 뜻이다. 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숨겨진 전제나 결론을 발견해 다양한 고찰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창의성 있는 사람이다. 높은 창의력을 가진 사람만이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으며,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만이 우수한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서울대의 입장이다.

이수석/인천동산고 철학교사,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논리를 찾아라〉 저자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야지만 함께 살 수 있다. 아무리 서울대가 창의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를 중시하는 인재를 가려 뽑는다 할 지라도, 그 사고의 창의성과 발산성은 사회적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한계 내에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언어의 기본적 역할인 정보의 교환과 보존을 할 수 없다.

이수석/인천 동산고 철학교사,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논리를 찾아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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