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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미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고 있다. 미원초등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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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에 있는 미원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50여명에 지나지 않는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이 학교에서는 아침마다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8시40분부터 10분동안 전교생이 책을 읽는 것이다. 아이들이 각자 교실에서 원하는 책을 골라 독서에 전념하는 이 순간에는 학교가 마치 깊은 산속의 산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적막에 휩싸인다. 처음엔 강제로 시켰다 떠들고 게임하고 어수선 석달 지나서 조금씩 정착 이른바 ‘아침독서‘로 불리는 이런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2년. 학교 도서관을 맡고 있던 최남희 교사가 도서관 리모델링을 하면서 효율적인 독서 방법을 고민하다가 ‘책 읽기는 습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반에서 처음 실시했다. 생각보다 아이들 반응이 좋자, 교장과 다른 교사들을 설득해 전교 차원으로 ’아침독서‘를 확산시켰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떠드는 아이, 집중하지 못하고 딴청을 피우는 아이, 휴대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처음 두 달 정도는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 달째로 접어들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들고 즐길 줄 알게 됐다. “억지로라도 독서시간을 정해 놓자 처음에는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들이 차츰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죠. 그러더니 책을 거의 읽지 않던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독서 삼매경에 빠지더라구요. 이제는 모든 아이들이 아침에 등교하면 당연하다는 듯 책을 꺼내 든다니까요.” 교육 당국이나 교사, 학부모들은 ‘독서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갈수록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컴퓨터, 게임, 각종 영상매체 등 책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 책을 본다고 해도 대부분 만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고교로 올라가면 더 심해진다. 미원초등학교의 ‘10분 아침독서’는 이런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이 학교를 비롯해 안산 반월초등학교, 서울 송파초등학교 등 일부 초등학교에서 아침독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아침독서’의 원조는 일본이다. 1988년 일본에서 두 명의 교사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학교에서 날마다 아침 수업 시작하기 전 10분 동안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독서운동이다. 이 운동은 이후 급속하게 확산돼, 현재는 일본 초·중·고교의 47%에 해당하는 1만8573개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아침독서운동’ 시작한 일본 아이들 독서율 꾸준히 늘어 국내서도 운동 확산 기미 단지 학교에서만 아침독서를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아침독서운동은 일본에서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엔에이치케이를 필두로 한 방송사,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신문사, 교육기관, 출판유통회사, 서점 등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회에서도 몇 차례나 아침독서운동과 관련한 질의를 했을 정도이다. 일본이 이처럼 아침독서운동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독서율이 크게 늘고 있다. 2004년도 일본 학생들의 독서율은 고교생이 16% 포인트, 중학생이 13% 포인트, 초등학생이 2% 포인트씩 늘어났다. 1개월 평균 독서량도 전년에 견 줘 0.5권씩 늘었다. 일본 교육계와 출판계는 이러한 상황 변화의 견인차로 아침독서운동을 주저없이 꼽고 있다. 학생들의 변화 또한 눈부시다. 아침독서운동을 제창한 하야시 히로시가 쓴 <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는 책은 아침독서운동을 하고 있는 학교마다 독서 습관이 몸이 밴 학생들이 아침 시간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방과 후 등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책을 읽지 못했던 아이들도 책과 가까이 지내게 되며, 아이들의 집중력과 언어 능력이 향상되고, 인간적인 성장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보고서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교사들에게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믿을 길러 준 것도 아침독서운동의 커다란 성과라고 글쓰이 하야시 히로시는 밝히고 있다. 한국출판연구소의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모두가 한다’ ‘매일 한다’ ‘좋아하는 책은 읽는다’ ‘단지 읽기만 한다’는 아주 단순한 원칙만을 가지고 진행하지만 엄청난 교육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아침독서운동은 이제 일본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산 반월초등학교 강백향 교사는 ““어린이들의 책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습관이라 했을 때 아침독서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독서운동”이라며 “모든 학생들이 아침마다 책 읽는 것이 즐거워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면 그 이상의 교육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10분…1년이면 60시간 아이들 미래 생각하면 주저할 이유 없잖아요” 아침독서운동은 아직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교사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반을 중심으로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는가 하면, 아침독서모임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특히 최근 하야시 히로시의 <아침독서…>를 번역한 어린이도서관연구소 한상수 소장은 아침독서운동을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침독서운동 카페 (cafe.daum.net/morningreading)를 만들어 적극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아침독서신문도 내고 있다. 또한 아침독서를 하고 싶지만 도서관이나 학급문고가 없는 학교를 위해 아침독서용 학급문고를 무료로 지원할 계획이다. 한 소장은 “하루 10분씩이 모이면 1년에 60시간”이라며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고 그저 날마다 아침에 꾸준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 본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가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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