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2 19:20
수정 : 2006.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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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대학별 입학전형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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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사립대 입시안 살펴보니
교육 전문가 “논술 사교육 부담” 우려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지역 사립대들이 21일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과 관련해,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겠다던 지난 5월 합의안 발표가 구두선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도입하기로 했던 대학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합의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학생부 강화 말뿐이었나=지난 15일 고려·서강·성균관·연세·이화·중앙·한양대 등 사립대 7곳의 입학처장들은 2008 입시안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2008학년도 대입시는 학생부 중심”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학 입학처장 회의 대표인 현선해 성균관대 입학관리처장은 “학생부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만큼, 논술은 동점자를 변별하는 보조적 구실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1일 발표된 이들 대학의 입시안을 보니 상황은 달랐다. 이들 7곳을 비롯해 10여 곳의 대학이 일제히 2007학년도 입시에는 없는 자연계 논술을 정시모집에서 줄줄이 도입했다. 정시모집 논술 비중도 연세대가 4%에서 10%로 올리는 등 대부분 대학이 2007학년도에 견줘 커졌다. 서강대의 경우 정시모집의 학생부 비중이 40%에 그쳤다.
더욱이 이들 대학이 발표한 학생부 반영 비율은 외형적 반영률이다. 학생부 중심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학생부 실질 반영률은 밝히지 않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역균형선발 도입에 인색=지난 5월 초 서울지역 사립대 7곳을 포함한 24곳의 국·사립 대학은 학생부 중심 입시안을 약속하면서 ‘소외계층 배려,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한 특별전형’을 도입하겠다는 문안을 공동 합의문에 담았다. 서울대가 처음 도입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학생부 중심으로 지역별 학생 수에 비례해 신입생을 뽑는 제도다. 지난 5월 당시 한양대와 성균관대, 고려대 등은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도입할 계획(<한겨레> 5월9일치 1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도입한 대학은 한양대뿐이었다. 한양대는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전체 모집정원의 5%를 이 전형으로 뽑는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한양대가 정원의 10% 이상을 뽑겠다고 했던 데서는 후퇴한 것이다. 역시 이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했던 성균관대의 경우 입시전형 계획에는 이 전형안이 들어 있지 않았다. 현선해 처장은 “도입하는 건 분명하지만, 모집정원의 몇% 정도를 뽑을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교사·교육단체 “논술강화 우려”=일선 교사와 교육단체들은 이들 사립대의 입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 ㅎ고교 ㅈ아무개 진학지도 담당 교사는 “당락은 논술에서 좌우된다고 보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며 “통합논술 예시문제를 보면 논술을 위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까지 준비할 수밖에 없게 돼 있어 학생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호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대학이 치르겠다는 통합형 논술을 학교에서 대비하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교육에서도 대비할 수 있는 곳이 서울 강남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본고사 성격을 띠고 있는 통합형 논술을 치르는 것은 사교육에 접근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옥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학생부 실질 반영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학이 학생부와 수능 변별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봐서 본고사 형식으로 치르는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미경 박주희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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