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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4 15:19 수정 : 2006.09.24 20:51

 <역사를 만든 사람들> 시리즈의 인물 선정은 결코 새롭지 않다. 마틴 루서 킹,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르코 폴로 등. 현재까지 이렇게 4권이 나왔고, 앞으로 빈센트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하트마 간디, 마리 퀴리, 예수, 붓다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 위인전 치고는 좀 다른 면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인물의 위대함이나 업적, 영웅주의 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위대한 사건과 행동, 작품은 이야기 밑에 깔려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책 끝부분에 ‘발자취’ 형식으로 조금 달려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눈물을 쏙 빼는 감동적인 장면도 별로 없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인물상을 만나기도 힘들다.

대신 한 인물의 삶 자체와 생의 이면을 조명한다.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얼마나 뛰어난 유산을 인류에 남겼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러한 업적을 남기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실패의 과정을 되짚어간다.

가령 1권 <마틴 루서 킹>에서 킹 목사의 인권운동이 가져온 결과나 그의 뛰어난 리더십을 강조하기보다는 그가 주창한 비폭력주의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이 들어 있다.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고, 미움을 없애는 것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한 킹 목사의 비폭력 운동이 백인들의 양심을 깨우는 과정을 잘 묘사한다. 유약한 차별반대 운동으로 같은 흑인들로부터 공격 당하는 한편, 전쟁 반대 운동으로 백인 지도자들에 의해서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히기도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진정한 가치와 희생, 용기가 무엇인지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절로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는 위인 여부를 떠나서 한 인간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이루어낼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펼쳐 보려고 애썼던 다양한 꿈과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한 위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시킨 그 시대상도 상당히 많이 담겨 있는 점도 이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 예술가를 시종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았던 1700년대 서유럽 왕실 모습을 통해 모차르트가 평생동안 갈구했던 자유의 의미를 깨닫고,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이 왜 공산주의자라는 오해까지 받으며 반전운동가이자 평화주의자로 활동했는지 그가 태어난 독일 사회 분위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특징 덕이다. 이런 시도는 위인은 하늘에서 똑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성장한 사람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풀이된다.

브리지트 라베·미셸 퓌에크 지음. 다섯수레/각 권 90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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