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살리는 사랑 하고싶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박준태/부산 동래고 2학년 (전략) 유정과 현수, 그들은 삶이 너무나 무서웠을 것이다. 세상이란 것은 자신의 심장을 위한 칼부림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 죽음은 삶의 고통과 번민의 유일한 초록빛 비상구였을 것이다. 삶에 대한 의지의 상실, 그것은 이미 상처 입은 심장에서의 피의 역류가 촉발시킨 뇌의 발작에서 연유한 현상이다. 이로 인해 사촌오빠의 강간으로 상처 입은 유정의 심장은 3번의 자살시도라는 객혈을 유발시키고 유정의 삶의 심장은 멎어버린다. 적어도 술에 취해 매를 드는 아버지를 죽여 버리고,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주기를 기다리는, 삶의 첫 기억이 살의로 시작되는 사형수 현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멎어 있었다. 현수에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시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련은 그를 죽음의 제도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가 타인의 죄를 짊어진 채 준비되어 있는 죽음 속으로 뛰어든 것은 ,역시, 삶에 대한 의지의 결핍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중략) 타인에 의한 ‘죽임’이 준비되어 있는 자와 ‘죽음’을 향해 몸부림치는 자. 그들의 조우는 죽음을 향한 아우토반에서 전방만을 직시한 채 내달리던 위태로운 종적에너지가 여유롭게 좌우를 돌아보는 횡적에너지로 변환되는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횡적에너지 안에서 현수와 유정은 서로를 살린다. 공자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愛之 欲其生)”라고 말했다. 공자의 말에서 볼 때 현수와 유정은 정말 ‘제대로’사랑했다. 사랑이 시작되며 그들은 서로의 심장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살아있음으로 빛나는 모든 것들의 찬연한 아름다움은 죽음으로 박제되어 버린 물건의 모습과 비견되어질 수 없고, 비견되어져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살아있음으로 우리가 느끼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의 향연이 전해주는 전율을 느꼈기에. 혹자는 현수는 어차피 죽을 것인데 심장이 다시 뛰게 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살아있어도 죽어있는 시간이 있듯 죽어 있어도 살아있는 시간이 있다. 그랬기에 공자는 “새벽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말한 것이다. 한나절의 시간만으로도 영원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은 흐른다. 강은 그대로이나 늘 흐르고 있는 강물처럼. 삶의 끄트머리에서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현수의 시간은 강물에서 강으로 도약한다. 삶과 죽음은 항상 서로의 등을 맞대고 있기에 그는 죽음 또한 받아들인다. 삶의 마지막, 그 누구보다 세차게 뛰었던 그의 심장은 물리적 시간에서는 멈추었지만 영원의 시간에서 아직도 뛰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 책이 세상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나온 것은 사형수와 교수,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가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고 보듬어주며 서로를 살리는 사랑을 하는 것이 ‘그들’이 아닌 ‘우리’들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유정과 현수는 이 우주의 모든 것들의 메타포로서 모든 인간을 상징 할 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모든 생명을 끌어안고 있다. 서로 반목하거나 나와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들 또한 같은 심장이라는 생의 의지를 지닌 삶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 이기에 이 소설의 제목은 시사적이다. 산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사위어 가는 바람과 새와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의 동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면 난 그들을 껴안고 싶다. 그들의 가슴을 억누르는 쇳덩어리 같은 가난과 무기력의 무게에서 그들을 해방시키고 싶다. 그들을 죽이는 사회의 늪을 메우고 싶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기에 자연 속에 숨쉬는 모든 생명을 지켜주고 싶다. 짓밟히지 않도록 보듬어 주고 싶다. 그들의 마음의 성역이,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의지가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제자리에서 돌아 갈 수 있도록 난 지금도 맥박이 멈춘 자리, 입김! 한 모금이라도 담고만 싶다.평 / 개성적인 문장 표현력과 통합적인 작품 해석 뛰어나 이 독서비평글은 사용하는 어휘력이 매우 풍부한데다가, 수식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힘있는 문체로 읽는 이의 눈길을 붙잡아 둡니다. 또한 사형수와 자살을 시도하려는 대학교수의 만남을 통해, ‘잘 산다는 것의 의미, 사형제도의 야만성’까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특히 소설의 줄거리를 제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이나 독서 배경지식,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논거로 제시하며 주장을 펼쳐 나가는 통합적 해석능력이 뛰어나 공감을 줍니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 글틴(munjang.or.kr)운영자. ansu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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