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8 20:02
수정 : 2006.09.28 20:42
학원 탓 절반이 10분안 식사…10명중 4명은 굶거나 대충 때워
서울 금천구의 한 중학교 3학년인 임아무개(14)양은 변비에 시달린다. 학원 때문에 저녁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5시부터 대여섯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는 임양은 가끔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도 하지만, 학원 부근에서 김밥이나 과자로 대충 때우는 날이 훨씬 많다. 그나마도 건너뛰기 일쑤다. 임양은 “중2 때부터 그랬던 터라 이젠 익숙해졌지만, 자꾸 살이 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 야식을 먹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니는 초·중학생 가운데 임양처럼 저녁을 부실하게 먹거나 굶는 학생이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건사연)와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전국 초·중학생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 가운데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717명(71.9%)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 저녁 식사를 집에서 먹지 못하고 학원 근처에서 먹거나 그냥 굶는 학생은 39.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저녁을 주로 편의점·매점(42.6%)이나 분식점(20%)에서 사먹고, 길거리 음식(8.9%)으로 때우기도 했다. 집에 갈 때까지 굶는다는 학생도 20.7%나 됐다. 사먹는 음식은 삼각김밥, 컵라면 등 즉석 식품(45.4%)이 가장 많았고, 떡볶이, 꼬치 등 길거리 음식(25.7%)이 그 뒤를 이었다. 밥과 찌개 등 한식을 먹는 학생은 7.8%에 불과했다. 저녁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도 1~5분(23.8%)과 6~10분(35%)이 대부분이었고, 15분 이상이라는 학생은 28%에 그쳤다. 식사 뒤 갖는 휴식 시간은 거의 없거나(62.3%) 10분 이내(20.5%)가 많았다.
학생들이 이렇게 쫓기듯 부실한 저녁을 먹게 되는 이유는, 학원에서 식사 시간을 따로 주지 않고(50.6%) 주더라도 시간이 무척 짧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에 가거나(60.3%), 과제를 해야 하고(46.8%), 식사 장소가 붐비기 때문(27%)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아침에 배가 아프거나 속이 쓰려 수업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는 학생도 45.5%로 절반에 이르렀다.
우옥영 건사연 상임대표(서울 수락중 보건교사)는 “법적으로 저녁시간을 확보하는 운동을 포함해 여러 방면으로 학생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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