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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1 20:27 수정 : 2006.10.01 20:27

중·고생 편치않은 한가위 울상

고등학교 1학년 김하나(16·경기 안양)양은 한가위 황금연휴가 전혀 즐겁지 않다. 한가위가 끝나고 며칠 뒤 중간고사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쉴 생각도 했지만 맘을 고쳐먹었다.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김양은 “올 한가위에는 근처 큰집에만 한나절 다녀온 뒤 중간고사를 준비할 것”이라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공부가 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넉넉한 마음으로 맞아야 할 한가위를 한숨으로 맞는 중·고생들이 적지 않다. 중간고사를 한가위 뒤로 잡아 놓은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305개 고교 가운데 1~2학년 중간고사가 한가위 뒤로 잡힌 학교가 148곳(48%)에 이른다. 3학년 중간고사가 한가위 뒤에 있는 학교는 93곳(30%)이었다. 3학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수능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긴 연휴에 꼼짝없이 공부를 하게 된 학생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9일 중간고사를 본다는 중학교 3학년 한혜원(15)양은 “도서관도 쉬고, 가족들도 친척집에 가 며칠을 혼자 있어야 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별명이 ‘올100♡’인 중2 누리꾼은 한 중·고생 인터넷 카페에 “정말 울 것 같습니다. 추석 바로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데 정말 그때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하소연을 올렸다. 또다른 누리꾼은 “아빠가 장남이라 모든 친척들이 우리 집에 모인다”며 “집에서 조용히 공부하기로 어렵게 맘을 먹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학부모들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에 사는 중1 학부모 김민경(44)씨는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며 “명절 때 시험에 시달리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1 학부모 정신경씨는 “아이들은 불만이 많지만 학교에서 정한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학생들 처지를 고려해 시험 날짜를 아예 뒤로 늦춘 학교도 있다. 경기도 분당 한솔고는 1~2학년 중간고사를 원래 12일께로 잡았다가 20일께로 늦췄다. 경기도의 한 고교 학교운영위 회의에서는 “한가위 뒤에 잡힌 중간고사를 앞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학교 신아무개 교사는 “작아 보이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우리 선생님들은 배려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누리집에 적었다.

서울 동성고 김행수 교사는 “교육 일정을 짤 때 일부러 연휴 뒤로 시험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맘이 편치 않다”고 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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