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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1 20:39 수정 : 2006.10.01 20:58

한강전자공예고등학교 오현영 양이 지난달 28일 학교 기능영재반에서 그래픽드로잉 작업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알바 뛰면서도 아이디어 찾아
전국대회 은메달 딴 ‘실력파’
“내년 기능올림픽 나가고파”

실업계 고3 현영이 그래픽 디자이너 꿈

‘조각 치킨을 포장하고 봉투에 감자튀김을 담아내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공모전에 낼 포스터 생각으로 꽉 차 있다. 방금 햄버거를 사러 온 손님을 보면서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휙 스쳤다. 얼른 집에 가서 아이디어를 스케치북에 옮길 생각에 일하는 손놀림이 빨라졌다. 생활비에 보태려고 시급 3500원짜리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서울 한강전자공예고 3학년 오현영(18·산업디자인과)양의 얘기다. 현영이는 지난달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그래픽 디자인 부문에서 쟁쟁한 어른들을 제치고 은메달을 목에 건 ‘그래픽 디자이너 지망생’이다. 현영이는 길을 가다가도 참신한 포스터나 인테리어가 있으면 ‘한 수’ 배울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보고 서 있는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손 스케치, 컴퓨터 그래픽 연습을 했다. 휴일에도 학교에 나와서 아이디어를 짜낼 때가 많았다. 덕분에 1학년 때는 시원찮던 디자인 실력이 쑥쑥 늘어서 2학년 때부터 갖가지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이쯤 되면 특별전형으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길이 얼마든지 있지만, 현영이는 졸업을 하면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일하면서 진짜 공부하고 싶은 디자인 분야를 찾으면 그때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게 현영이 생각이다.

현영이는 과일 행상과 건물 청소를 해서 4남매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실업계고로 진학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횟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주눅들어 본 적이 없다. “이번 대회 과제가 쌀사랑 포스터 만들기였는데 쌀알 속에 아이가 웅크리고 누워 있는 걸 그렸어요. 심사위원 한 분이 작품을 보고 ‘마음이 따뜻한 디자이너’라고 하셨어요. 정말 그런 디자이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영이 앞에는 내년 가을에 열리는 세계기능올림픽 그래픽디자인 부문에 국가대표로 나가겠다는 야무진 새 목표가 놓였다. “어떻게 준비할 거냐”는 물음에 “졸업해도 틈틈이 학교에 나와서 연습을 할 거”라고 했다. 현영이는 “집에는 넓은 작업대도 없고, 성능 좋은 컴퓨터도 없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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