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04 18:09
수정 : 2006.10.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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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정선군 남면 증산초등학교 4학년 남홍식(가운데)군과 같은 반 친구들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기초로 <나도 1등 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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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증산초교 4학년 학생들 직접 만든 영화 시사회
대학생 형 ·누나가 기술전수 …목사님·학원강사가 ‘호객’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증산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씩, 총 142명이 공부하는 작은학교. 2일 오후 7시, 학교 안에서도 가장 학생수가 적은 4학년 아이들 13명이 직접 만든 영화 상영회가 열렸다. 연휴를 포함해 일주일 간 방학이 주어진 셈인데도, 아이들과 일 마친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강당에 마련된 상영회장은 금세 꽉 찼다.
“카메라를 만져본 게 처음이래요. 근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카메라감독을 맡았던 남홍식(11)군이 수줍게 말한다. “우리 얘기가 영화가 된다는 게 신기해요. 만들 땐 그냥 재미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보러오니까 떨려요.”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스물 한번의 엔지(NG)를 감내할 정도로 당찬 연기를 펼쳤던 김현음(11) 양은 이내 초조한 모양이다.
4학년 아이들은 9월28일부터 5일 동안, 서울에서 온 대학생 형, 누나들에게 애니메이션 제작법, 영화 시나리오 쓰기, 카메라 다루는 법과 간단한 촬영기법 등을 배워가며 애니메이션 두편 영화 두편을 완성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전국 작은학교 대상 ‘찾아가는 미디어교육’ 행사에, 송은호 담임 교사가 학교 현실을 담은 사연을 보낸 것이 채택된 덕분이다.
“아이들이 문화체험을 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도시 아이들처럼 학원에 가는 것도 아니니 운동장이나 근처 민둥산에 올라가 노는 게 전부지요.” 송 교사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보면서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고 교실에 활기가 돈다”며 기뻐했다.
얼마 전 있었던 운동회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학교행사. 똑같은 친구들과 한반에 있다보니 100미터 달리기 1등, 이어달리기 1등이 늘 정해져 있었는데, 이번엔 종목순위가 뒤바뀌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들이 만든 영화가 1등 비결을 다룬 <나도 1등 할 수 있다>, 축구하다 생긴 일을 다룬 <그래도 좋아> 등 운동회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와 어설픈 연기, 흔들리는 화면과 고르지 못한 오디오 등 서툰 점 투성이지만,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다운 소재와 유머, 선생님들의 깜짝 출연에 박수 치며 배꼽을 잡았다.
“추석 때 우리 형이 내려오면 자랑할 거래요.” “카메라를 주고 간다니까, 민둥산 억새밭 가서도 찍고 증산역에서도 찍고….” 아이들 포부는 한층 커졌다. 두번째 작품 <무릉리 이야기>가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정선/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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