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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문제를 풀기 위한 각종 기능을 익히게 하는 것도 아이가 스스로 알아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이건 약속이야.” “이 문제는 원래 이렇게 푸는 거야.”라고 가르치면 효과적으로 배우기 힘들다.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약속은 쌍방이 하는 것이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약속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수학의 어떤 정의가 있다면 왜 그런 정의를 하게 되었는지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이 때 부모나 교사가 수학의 역사나 개념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면, 안내자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 훌륭한 안내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 내용에 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 하며 아동의 마음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애정과,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관한 치밀한 지도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속으로 “학교 다닐 때 점수만 잘 받으면 되지, 뭐.”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르치면, 아이도 그 생각을 배운다. 따라서 탐구하는 태도도 기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학습함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남은 게 없어져서, “도대체 수학은 왜 배우는 거지?” “이제까지 난 뭘 배운 거지?”하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외국 아이들은 수학 자체의 특성(추상성, 단계성) 때문에 수학을 싫어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수학 수업 중에 겪은 불쾌한 경험 때문에 수학을 싫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가, 결국은 수학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수학 교사나 기타 다른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이 있다. 수학 자체의 특성이 싫어서 수학을 싫어한다면 수학 자체가 바뀔 수는 없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수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싫어하게 되었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가르치는 방법을 바꾸면 되는 거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우선, 수학을 지도하기 전에 “나는 수학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약 수학을 혐오하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가르친다면, 수학에 대해 느꼈던 경멸이 똑같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 뿐 아니라 수학을 대하는 ‘태도’도 배우기 때문이다. 수학을 지도할 때 먼저 수학을 왜 배워하는 지를 이런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오늘 하루 아이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기초 과정-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사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과정으로서, 이 과정은 꽤 오래 걸린다. 태어나서부터 초등 저학년 정도까지이다. *연습 과정-수학을 다루는 데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과정으로,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해당된다. *실행 과정-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고교 3년 동안이 해당된다. *창조 과정-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적 사고를 활용하는 과정이다. 대학 이후 평생 동안 이 과정을 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우는 학문이라면, 그 과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가능한 많이 배워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얻게 될 것이다. 그 능력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그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강미선/수학 칼럼니스트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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