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08 20:46
수정 : 2006.10.08 20:46
홍현주의 엄마표 영어
나는 아이들이 어려운 영어책을 붙들고 씨름할 시간에 그 보다 쉬운 책을 10권 읽는 게 영어실력을 더 높인다고 말한다. 그러면 엄마들은 이구동성으로 “단어는요?” 한다. 사전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단어장을 만들게 할 것인가 묻는 것이다. 어휘 실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 불안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영어실력을 재보는 한 방편이 시험인데, 영어시험에서 단어의 한국말 뜻을 묻는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단어 대 한국어를 나열한 ‘영한용어 대조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식적인 시험문제는 주어진 문단이나 문장 안에서 단어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묻는다. 따라서 정확히 단어의 뜻을 몰라도 문맥과 상황을 점쳐 뜻을 알아내는 능력이 중요한데, 그런 능력은 글을 많이 읽으면 어느 순간 얻어지는 신통력(?)이다.
학령기 이전 아이들과 책을 읽는 방법을 알아보자. 되도록 어휘가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되는 것, 내용이 동작으로 표현되는 문장으로 쓰여진 책이 좋다. 그림 밑에 문장 한 두 개 들어있는 책은 대부분 그러하다(사진1). 아이가 아직 영어를 읽지 못하면 엄마가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때로 그림에 있는 것을 책에 글자와 연결시켜 기억하게 해준다. 그러나 글자를 읽도록 강요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사진 1에 있는 mother와 closet은 직접 그림을 가리키며 소리를 낸다. 꼭 물건이 아니어도 black, white, square, round 같은 형용사도 그림을 보고 익힐 수 있다. 나아가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같은 단어를 알게 도와주어도 된다. 중요한 점은 역시 단어 하나의 뜻이 아니라 그 단어가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가이다. 따라서 집안의 흰색을 가리키더라도 책에 있는 문장을 반복하며 “Some are white.”라고 말한다.
엄마들의 또 다른 질문은 “해석을 할까요?”이다. 내용도 길지 않고 그림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굳이 해석이 필요치 않다. 학령기 이전 아이들의 책은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같은 종류의 어휘를 모아놓는다. 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책 읽는 재미를 붙이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가 있어 자꾸 읽게 되는 쉬운 책이 영어학습 효과가 크다.
미국 학교로 갓 전학 온 한국인 킨더(유치부)를 가르칠 때, 나는 해석 없이 책을 이해시키느라 온갖 동작과 연기를 동원했다. 내가 어지간히 광대 짓을 했던 모양인지 한 미국 교사가 나더러 연기 훈련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유아나 학령기 이전 아동과 영어동화를 해석하지 않고 읽으려면 책의 내용을 간단히 동작으로 하면서 읽어주면 뜻을 습득한다.
사진 2는 보트 타기에 관한 책인데, 이처럼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내용이라도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It is tied up with rope.”(배는 밧줄에 묶여있다)와 “I help to untie the boat”(나는 배를 푸는 일을 돕는다.) 라는 문장에서는 그림에서 ‘밧줄’을 짚어 강조한다. 또 손목을 교차시켜 “tie”, 반대의 동작을 하면서는 “untie”한다. 실제 끈을 가지고 묶고 푸는 과정을 보여 주어도 된다.
어린이들에게 동화읽기 만큼 좋은 영어수업은 없다. 수준이 높은 책이라도 동화는 시작-중간-끝이 있어서 중요한 내용은 작가가 여러 방법으로 반복한다. 따라서 핵심 사건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되는지 이해하면 그 뿐, 특정 어휘나 문법에 얽매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뒹굴뒹굴하면서, 혹은 전철 안에서 영어 원서를 읽는다고 상상해보라. 그러면서 영어가 습득되니 즐거운 노릇 아닌가. 경성대 영문학과 초빙 교수, <부모를 위한 초등 6년 영어 관리법> 저자
교실 영어 한마디
읽은 책에 관해 토론을 하면 무엇이 좋은 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Ms. Shaw: Why is it good to talk about books?
Linda: I can understand the book better.
Ms. Shaw: Right. Talking helps you think.
When you talk you get a new idea.
Linda: I like reading, but talking about books is not easy.
Ms. Shaw: That's why we need to practice.
선생님: 책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무엇이 좋을까?
린다: 그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선생님: 그래요. 발표는 여러분이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말을 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겨요.
린다: 책 읽기는 좋은데, 얘기 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선생님: 그래서 우리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겁니다.
Why is it good to talk about books? 에서 it가 의미하는 것은 to talk about book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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