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5 19:46
수정 : 2006.10.15 23:42
1318리포트
뮤지컬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대형 수입 뮤지컬과 라이센스 뮤지컬 등이 국내에 큰 반응을 일으키며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국내 창작 뮤지컬은 수입 뮤지컬의 시장 장악과 국내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게 창작 뮤지컬이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교사’들이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다면 어떨까. 극단 단홍의 제 7회 정기공연이자 첫 뮤지컬 공연인 <스트리트 가이즈>(The Street Guy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뮤지컬은 연극 <뺑끼통> <천사의 바이러스> 등에 출연한 대학로의 베테랑 연기자이자 현재 명지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있는 유승희 선생님이 연출을 맡았다. 그 밖에도 3명의 현직 교사들이 직접 연극에 출연을 했다.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는 학교에 흡연실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할 정도로 문제아인 예체능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결손가정에 입양아인 주인공 왕꼴통을 비롯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임신을 한 경험이 있는 등 흔히 학교나 부모님들에게 ‘꼴통‘이라 불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입시경쟁 위주의 학교 현실과, 공부만을 강요하는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끼와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사회적 편견을 깨고 꿈을 이뤄가는 내용을 다룬 뮤지컬이다.
현재 대학로나 뮤지컬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개성파,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와 비 보이(B-Boy)들의 댄스도 주목할 만한 점이지만, 현직 교사들이 직접 출연하여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전문적인 배우들과는 달리 학교에서 퇴근 뒤 연습실에 모여 연습을 해야 하는 현직 교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만도 하지만, 이 뮤지컬에 출연한 선생님들은 평소 교사들이 만든 극단에서 활발히 활동하시고 학교에서는 연극반을 지도하시는 전문 배우 못지않은 실력파들이다.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가르치는 것도 선생님이 해야할 일이겠지만, “교과서를 벗어난 실천적인 교육 또한 현실적인 지혜를 가르칠 수 있다”는 극 중 김정만 선생님의 말씀처럼 무대에서 실제로 공연을 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관객이 된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하는 모습은 뮤지컬 <스트리트 가이즈>가 전해주는 내용보다도 더 값진 교훈이었다.
청소년 뮤지컬답게, 관객들의 대부분은 출연하는 교사들의 제자들을 비롯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니, 뮤지컬은 아직까지 많은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공연이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영화표 두 장 이상의 값을 요구하는 뮤지컬은 부담이 된다. 반면 단기간에 공연하는 뮤지컬이라 공연을 하고 나서도 적자가 나는 형편에 가격을 많이 내릴 수 없는 것이 제작진 쪽의 딜레마라고 한다. 한편의 청소년 드라마를 보는 듯 평이한 스토리 구성으로 화려한 외국 뮤지컬이나 헐리우드 영화물에 젖어있는 청소년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조그만 공연들이 모여 우리나라의 문화산업을 키워 나간다”는 김정만 선생님의 말처럼 이런 조그만 시도와 노력이 모이고 모여 창작 뮤지컬의 입지를 넓혀가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면, 아마도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대학로 무대에 설 때 쯤이면 우리나라에도 창작뮤지컬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글·사진 조원진/서울 대성고 2학년, 청소년 문화콘텐츠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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