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호/서울 중등고 화학교사
|
학생글 2 컵에 뜨거운 물을 넣어도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힐까 독립변인: 처음에 40도의 물을 넣고 실험한 후 온도를 20도씩 높여가며 100도까지 총 4번의 실험을 한다. 종속변인: 온도를 높이며 실험할수록 물방울이 맺히는 정도를 관찰한다. 통제변인: 매 실험마다 똑같은 컵을 사용하고 물의 양은 500mL, 실험시간은 30분으로 한다. 학생글 3 맛있는 라면을 끓이기 위해 물의 온도가 미칠 수 있는 영향 독립변인: 물이 끓기 시작한 시점부터 1, 2, 3, 4, 5분씩 더 끓여 그 때무다의 온도를 측정한다. 종속변인: 각 온도에서 끓인 면을 잡아당겨 탄력성을 비교한다. 통제변인: 물의 양, 라면의 양, 스프의 양, 냄비의 크기 및 종류 <학생글 1>의 변인 설정을 보면 실험에서 알고자 하는 물의 온도와 양을 변화시키는 작업이 나타나고 있으나 통제변인으로 제시된 측정장소는 무엇을 통제하려고 하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식물의 생장에 영향 주는 실내 온도와 빛의 양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짐작은 되지만, 같은 장소에서 실험한다고 식물이 자라는 환경의 온도와 빛의 양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는 빛의 양을 일정하게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검은 천을 씌워 빛을 차단하여 실험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대개의 학생들은 실험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학생글 2>의 종속변인 중 ‘물방울이 맺히는 정도’라는 표현에서 정도는 그 의미하는 바가 다양하다. 과학탐구에서는 그 결과를 정량화해 보일 수 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자신의 글 속에 주관적인 표현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글 3>에서는 물이 끓기 시작한 다음 더 끓여 변하는 물의 온도를 독립변인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순수한 용매는 끓기 시작하면 모두 기화하기 전까지 온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끓기 시작한 뒤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 이 내용은 물의 끓는점 아래에서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는 물에 라면을 넣어 실험하는 것으로 수정해야 한다. 위 학생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실제 실험 설계에서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해 학생들이 막막해 한다는 점이다. 실험에 근거하지 못한 이론 수업의 폐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과학논술에서 요구하는 실험설계를 할 때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좀 더 풀어쓰려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은 같은 학생글 중에서 탐구설계 부분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학생글 1 키 큰 콩나물을 기르려면 물의 온도와 양은 어떠해야 하나 탐구설계: 4주에 걸쳐 실험하고 물은 온도 유지와 이물질 제거를 위해 물을 자주 제거해준다. 각 변인들을 잘 지켜주면서 실험한다면 실험 중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글 2 컵에 뜨거운 물을 넣어도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힐까 탐구설계: 약 25도의 실온에서 컵 속에 40도의 물을 넣고 30분 간 일어나는 일을 관찰한다. 그 후 60, 80, 100도의 물을 이용하여 실험한 다음 각 실험에서 발생한 물방울의 개수를 세어 비교한다. <학생글 1>의 탐구설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험한다는 내용대신 ‘4주에 걸쳐 실험하고’라는 표현만 되어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할 지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이물질 제거’라는 표현도 주관적인 표현으로 글을 읽는 사람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각 변인들을 잘 지켜주면서’라는 표현도 애매한 표현이다. <학생작 2>의 탐구설계 역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한다고 되어있지만 무엇을 관찰하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험자를 포함하여 글을 읽는 사람은 글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탐구설계는 실제 실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표현하는 부분으로 실험자가 변인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탐구설계 이전에 변인설정 단계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학생작 2>의 ‘발생한 물방울의 개수를 세어 비교’처럼 실제로 탐구자가 수행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량화하면 글을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탐구자에게도 그 이후 탐구내용이 좀 더 명확해진다. 이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막연하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으로까지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과학논술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주장-근거-문제해결을 위한 탐구설계’로 이어지는 세트형 질문을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최원호/중동고 화학교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