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름/지혜의숲에포크아카데미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굿모닝 초등 사고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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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우리에게 또하나의 ‘언어’를 선물한다 |
생각키우기
해마다 9월이면 강원도 봉평에서는 메밀꽃 축제가 열립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에 쓰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매우 짧은 단편소설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해마다 ‘숨 막힐 듯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메밀꽃을 피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메일 꽃 필 무렵>이라는 작품은 하나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줄거리를 알고 있습니다. 봉평 메밀꽃 축제를 기억합니다. 대학 입학시험을 비롯해 각종 시험에 단골문제로 출제되는 작품이며 학생이면 꼭 읽어야 할 문학작품으로 꼽힙니다.
어떤 작품이 고전이냐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고전 명작이 갖춰야할 자격은 모든 사람들이 읽고 내용을 기억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청이, 홍길동, 흥부와 놀부, 콩쥐 팥쥐, 피노키오, 돈키호테, 로빈슨 크루소 등 고전 명작의 주인공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우리들의 대화 속에 등장해서 하나의 언어가 됩니다. 고전이란 오래된 작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최근의 작품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고 내용을 기억하며,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에 영향을 준 작품, 그리고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여 언어가 된 작품은 고전이 됩니다.
고전명작을 사고력 관점에서 읽었다면, 그 작품에 담긴 주요한 표현과 의미를 일상생활의 대화, 토론 그리고 말과 글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메밀꽃 필 무렵을 읽었다면 ‘메일 꽃 필 무렵이 언제야?’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을 쓸 때도 ‘그 사람에게 그 사건은 마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처럼 다가왔다’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과연 ‘메밀 꽃 필 무렵’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주인공 허 생원은 메밀꽃 필 무렵이 되면, 달밤에 길을 걸으면서 물레방아 간에서 맺은 성처녀와 하룻밤 이야기를 하고 또 합니다. 장돌뱅이 친구인 조선달은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지만 듣고 또 듣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말하는 순간은 허 생원에게 가장 행복하고, 삶의 모든 어려움과 질곡을 벗어난 때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밀 꽃 필 무렵’에 생긴 그 사건은 허 생원에게 환희와 기쁨의 절정이며 허생원이 만난 그 처녀는 인생 최고의 만남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뒤흔들었던, 찬란한 기쁨의 사건이 있습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감동이 벅차오르는 ‘추억의 그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지금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황금시대’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그 사연, 그 사람과의 만남이 ‘사과 꽃 필 무렵’이거나 ‘황금빛 벼가 익어갈 무렵’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허 생원처럼 겪었을 그 ‘결정적 때’를 이효석이 소설에 담아 ‘메일 꽃 필 무렵’이라는 언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메밀꽃을 모를지라도 ‘메일 꽃 필 무렵’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친 고전명작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언어를 선물하며 사유의 영토를 넓혀줍니다.
차오름/지혜의숲에포크아카데미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굿모닝 초등 사고력> 저자
차오름/지혜의숲에포크아카데미 원장, <엄마가 키워주는 굿모닝 초등 사고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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