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구라모토의 아름다운 연주가 교실에 가득 퍼져나갔다. 창으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반짝 빛났다. 어느 새 교실은 고요해지고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과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다보니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 없었나보다. 눈물은 쉽게 전염이 된다. 다들 눈 가가 벌겋다. “울지 마. 아직 살아야 할 시간이 더 많아. 힘내.” 반장 언니(학생들끼리는 나이에 따라 언니, 동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교사는 학생들 이름 뒤에 ‘씨’라는 호칭을 붙인다.)의 따뜻한 말에 오히려 울음은 더 커졌다. 울고 싶은 때는 그냥 울어야 한다. 그래야 응어리가 풀리지. 그냥 두라고 했더니 모두들 글을 쓰다말고는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반장 언니, 꼭 엄마 같네요.” “선생님이 책임지세요. 왜 울리세요.” 젖은 눈 속에 웃음이 머물렀다. 다시 학생들은 머리는 숙이고 열심히 써 내려 갔다. 처음 준 원고지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도 모자라 더 가져가야겠다는 학생도 생겼다. 어떤 학생은 자기 아이와 함께 써보겠다며 더 가져가기도 했다. “선생님, 참 행복해요.” 다 쓰고 난 후에도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학생 하나가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나오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들으니 참 좋아요. 집에 있어 보세요. 어디 이런 시간이 가능한가.”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했다. 표정이 참 예뻤다. 다음 시간이면 ‘자서전쓰기’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사연이 없는 사람이 누구 있겠는가마는 대부분 특별한 사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학생인지라 오늘 수업이 더 감동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들이 고마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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