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0 19:22
수정 : 2006.10.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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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수시 1학기 합격생들은 이미 절반은 대학생이다. 위에서부터 숙명여대에서 지난 12일 열린 새내기 예비대학의 ‘학습전략 특강’ 모습과 서강대 예비대학의 오리엔테이션 캠프의 촌극, 장애체험 모습. 숙명여대, 서강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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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수시 1학기 합격 고3들 대학수업 미리 듣고 학점 따
아주대는 호주 어학연수 “고교 수업에 지장” 폐지 주장도
올해 연세대 수시 1학기에 합격한 이승혁(18·서울 경기고)군은 아직 고교 3학년이지만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학점도 딴다. 이군이 주 3차례 ‘미적분학’과 ‘독서와 토론’을 들으며 따는 학점은 5학점. 연대 수시 1학기 합격자 611명 가운데 255명이 이렇게 입학 전에 학점을 따고 있다. 이들의 때이른 대학 생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열린 연·고전에는 선배들보다 더 열심히 참여했다. 대회 며칠 전부터 250여 명이 함께 모여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응원 연습까지 했다. 이군은 “응원하느라 경기를 제대로 못봤지만 선배들과 함께 했던 기차놀이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군과 같은 수시 1학기 합격생은 전체 대학 모집 정원의 7.6%인 2만8천여 명이다. 이들은 입학을 기다리는 예비 공칠(07)학번이 아니라 이미 절반은 대학생인 쩜오(06.5)학번인 셈이다.
학점 없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대학도 있다. 창작학술제, 저자 특강 등을 운영하는 서강대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시 1학기 합격생들을 끌어 들인다. 학생들끼리 조를 짜서 유적지 등을 탐방하는 ‘문화 체험’도 그 가운데 하나다. 19명의 친구들과 함께 이틀 동안 전북 남원 문화 체험을 다녀올 예정인 모홍철(18·경기 부천 중원고)군은 “친구들과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며 “남원에서의 이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주대는 수시 합격자 가운데 상위 10% 안에 드는 학생에게 한달 동안 호주 어학연수를 보내준다. 자율적 참여도 가능해, 200여 명의 수시 1학기 합격자 가운데 44명의 학생이 11월에 호주로 떠난다. 동아대는 주로 실업고 출신인 수시 합격생을 대상으로 영어·수학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에서 최우수 성적을 낸 학생에겐 5주 동안의 어학연수 기회를 준다. 33살로 ‘만학도 전형’에 합격한 위혜진(세무사)씨는 “91년에 고교를 졸업해 영어를 많이 잊어버렸지만 꼭 1등을 해서 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수시 1학기 모집은 고교 수업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수시 1학기를 시행하는 대학이 128곳에서 83곳으로 3분의 1 가량 줄어든다. 숙명여대 독문과에 합격한 두보원(18·경기 일산 세원고)양은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입학 통로가 하나 줄어든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교실의 수업 분위기를 생각하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합격생 이승혁군은 “수시 1학기를 통해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며 “잉여 시간에 대한 적절한 대책만 마련된다면 수시 1학기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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