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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2 18:46 수정 : 2006.10.22 18:51

2 ㅃ YOI가 도대체 무슨 말?
오염된 말·글 찾아 치료하는 쉽고 친절한 ‘길도우미’ 책

1318책세상

우리말이 아파요

얼마 전 대학가요제에서 6인조 혼성그룹 ‘뮤즈그레인’이 대상을 받지 못하자 인터넷 게시판이 후끈 달아오른 일이 있었다. 가요제를 지켜보며 대상 논란은 접어 두고 본선에 진출한 열 두 팀 가운데 네 팀을 제외한 여덟 팀의 이름이 읽기조차 어려운 외국어인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문화의 선두에 서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나갈 대학생들도 우리말로 된 이름은 왠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세종대왕께서 쓰기 쉬운 한글을 만들어 냈을 때도 유학자들은 중국이 시비 걸까 두렵다며 반대하고, 조선 시대 최고의 한문소설가라 할 연암 박지원은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까막눈이었다니 우리말과 우리글을 앞장서서 무시하고 짓밟는 계층은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 생각을 가진 지식인들에게서 교육 받은 학생들이 ‘하이루, 리하이’ ‘너無너無 사랑한 day’ ‘2ㅃYo'와 같은 국적불명의 외계어를 만들어내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아무리 우리말과 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바르게 사용하기를 역설해도 학생들의 언어생활은 날이 갈수록 오염되고 거칠어지고, 폐쇄적이고, 단순해지고 있다.

<우리말이 아파요>(해냄 펴냄)는 우리말과 글에 대한 고민을 전문적으로 해 온 국립국어원의 연구원이 펴낸 책이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좋은 책이 있으니 읽으라고 권장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선뜻 이 책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국어 교육과정에는 바른 언어 사용에 관한 단원이 학년마다 있어서 학교 공부를 위해서 또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오염된 우리말의 실태를 분석해 무엇이 잘못 되었나를 알게 하고, 잘못된 우리말을 어떻게 다듬어 쓸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우리말 다듬기’를 한다면 자칫 지금은 쓰지 않는 토박이말을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얼음보숭이’로 바꾸는 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무조건 토박이말로 바꾸기 보단 널리 알려진 쉬운 한자어도 배제하지 않아 사용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나가고 있다. 전철 환승역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는 ‘안전문’으로, 자동차마다 운전석 앞에 달려서 길을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은 ‘길도우미’등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또한 국립국어원에서 개설한 ‘모두가 함께 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누리집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우리말 다듬기’ 작업을 지켜보면서 정부나 기업이 새로운 문물을 들여와 사용하기 전에 먼저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을 했더라면 이미 쓰고 있는 외국어를 힘들게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는 수고는 덜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저자에게 어느 날 한 노인이 전화를 했더란다. “선생님,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대한민국 맞죠?” 어깨 너머 겨우 한글을 깨치신 그분에게 간판도 방송도 언론도 영어로 범벅된 대한민국은 너무도 살기 힘든 곳이다. 한나절이면 배울 수 있다는 한글, 세계인들이 그 조형적 아름다움에 먼저 열광하는 한글!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을 그 한글에 담아 전해보자.

박혜경/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모임 회원, 서울 영남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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