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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2 19:22 수정 : 2006.10.22 19:25

서울 한 대형서점 판매대. 연애, 연예인, 패션 등 신변잡기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의 책들이 청소년들에 많이 팔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318리포트

수능과 더불어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책읽기 바람이 거세다. 수백 쪽이나 되는 고전을 한달에 몇 권씩 읽는가 하면, 경제학, 정치학, 역사학 등의 복잡한 내용을 다룬 책들도 거침없이 읽어대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하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정말로 읽고 싶어서 읽는 것 같지는 않다. 까놓고 물어보면 일종의 ‘논술 대비용’이다.

중3인 김연희(15)양은 “예나 지금이나 문학 작품이나 길고 긴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감성적인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톡톡 튀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요즘 서점에 가면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관심사를 다룬 책들 옆에서 서성거리는 학생들이 많다.

가까운 서점에 한번 가서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살펴보라. 이달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책들 가운데 동서양의 문학작품이나 고전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재미도 있고, 실용적이며, 감각적인 책들이 상단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취미인 사진찍기를 내세워 자신의 일상 모습과 여행 사진들을 모아 아기자기하게 꾸민 <두나’s 런던놀이>는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기에 딱이다. 개인 미니홈피가 뜨면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실제로 사진을 취미로 삼는 청소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델 장윤주가 자신의 직업을 살려 낸 패션 책도 베스트셀러에 포함돼 있다. 이런 책들은 주제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책의 디자인도 청소년의 구미에 딱 맞게 돼 있다.

외모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는 청소년들을 노린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명품만 따져 옷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쇼퍼홀릭>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이 그런 책들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인기가 좋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책이 유행을 타는 건 어쩔 수 없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어 기성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가진 청소년들은 색다른 책을 찾는 건 당연하다. 요즘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이 가지는 의미가 그 정도로 한정되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너무 많다. 책이란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인생을 길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다. 가보지 않은, 겪어보지 않은, 보지 않은 많은 세상과 정보와 견해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 열풍에 책읽기 바람이 부는 것이 결코 나쁜 현상은 아니지만, 감각적이고 흥미 넘치는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의 성향이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고생 정도 된다면 자신의 내면을 살찌우고,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책들도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오늘 밤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짧은 소설책 한 권이라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안신재/1318리포터, 서울 세화여중 3학년 dkstlswo03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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