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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2 19:32 수정 : 2006.10.22 19:32

영어마을은 다양하게 연출된 상황 속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국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영어마을 ‘열풍’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언어는 단순한 말 글이 아니라
그 민족의 생활이 담겨있다
언어가 죽으면 영혼도 죽는다

시사로 잡는 논술

이 글은 한글로 쓰여 있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 모두는 이 글을 읽으며 동감과 반감을 가질 수 있다. 말과 글 속에는 글쓴이의 마음과 사상이 담겨있다. 영어는 이제 세계 공용어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어권으로의 조기 유학과 조기 영어 교육이 한국 사회에서 열풍이다. 심지어 영어 공용화론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언어학자들은 언어는 그 민족의 영혼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식민 통치자는 그들의 언어를 피지배자들에게 강요한다. 언어를 잃어버리면 영혼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진짜로 죽는 것이다. 식민지배자들은 외친다. “너희들의 언어는 가짜다. 진짜 언어를 배워라!”라고.

아일랜드는 8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다. 1700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 인들은 그들의 언어인 게일(Gaelic)말로 생활했다. 영국인들은 처음에 아일랜드, 그 뒤로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중동, 중국,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에 가서 토착 언어와 문화를 말살시켰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영국인들은 그들의 땅을 총칼로 뺐었다. 이어서 그들의 땅에서 아일랜드 인들을 쫓아냈다. 얼마 뒤 영국인들은 아일랜드 인들을 소작민으로 다시 불러 들였다. 아일랜드를 땅을 점령한 영국인들은 아일랜드 인들에게서 그들의 말(언어)을 빼앗았다. 아일랜드 언어인 게일(Gaelic)을 사용하다 걸리면 적발된 장소에서 그대로 처형하였다. 이제 아일랜드 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영어’ 뿐이었다. 영국인들은 아일랜드 사람들을 쉽고 편하게 부려먹기 위해서 말하고 읽고 쓸 줄 아는 정도의 영어 교육만을 시켰다.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 한국어로 말을 하고 읽고 쓰고 있다. 실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이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고 행복한 일인가? 60년 전만해도 우리는 한국말을 할 수 없었고 일본말로 생활을 해야 했다.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은 그들의 언어인 일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생활하도록 강제하였다. 언어가 죽으면 정신이 죽는 것이고, 정신이 죽으면 정말로 죽은 것이다. 노예가 노예인 것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모르도록 영혼마저 죽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영어 마을 캠프에 가면 영어만을 말해야 하고, 한국말을 하면 벌금을 내야한다. 영어 캠프는 자발적 참여이지만 이것이 강제적이고 국가적 차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모든 식민지화의 끝은 언어를 통해서 식민지의 사고를 배우고 익히게 하는 것이다.

영어의 “I am sad”와 한국어의 “슬프다”는 전혀 다른 감정의 차원이다. “I am sad.”는 정보 전달은 될 수 있어도 감정 전달이나 표현은 “슬프다”처럼 하지 못한다. 흑인들은 얼룩말을 검은 바탕에 흰 줄이 있다고 하고 백인들은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있다고 한다.
이수석/인천동산고 철학교사,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논리를 찾아라〉 저자
의미 전달을 위한 번역은 가능하지만, 사고의 틀과 정서만큼은 바꿀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하다고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아무리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영어로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의 사물과 사건을 설명했던 한국어야 말로 나의 감정 표현과 전달을 위한 바른 매체이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이 아니라 그 나라 그 민족의 생활 습관이 묻어 있다. 이것이 언어다. 언어 습득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조기 영어 교육과 영어 마을 열풍을 심사숙고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수석/인천 동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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