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0.22 20:13 수정 : 2006.10.22 20:18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배우는 경제는 뼈 속 깊이 남아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상품판매 이후 생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모의법정을 진행하고 있는 백암고 학생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상품제작 부터 영업까지
‘체험식 경제 수업’ 확산 학교밖 금융교실도 늘어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백암고등학교 2학년 4반 교실. ‘경영대요’ 과목 시간인데, 교단에 교사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이 몇 명씩 나와서 아이디어 상품제작 설명회를 열고 있다.

“저희가 만든 제품은 주머니 달린 팬티, 일명 ‘주달팬’입니다. 이 제품은 보통 팬티와 달리 양쪽에 주머니가 달려 있어 휴대폰이나 귀중품을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옆에 붙은 찍찍이를 떼면 팬티를 금방 벗길 수 있어 노약자나 환자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더위 때문에 신발을 오래 신고 있으면 발냄새도 많이 나고 무좀도 금방 생깁니다. ‘쿨리퍼’(시원한 슬리퍼)는 이 점에 착안한 획기적인 신제품입니다. 바닥에 펌프를 달아서 움직일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발바닥 전체로 퍼집니다.”

야간에도 잘 보이는 야광 키보드, 신발에 걸레를 붙인 걸신풍, 자외선을 막아주는 자포우산 등의 아이디어 제품들도 선보였다. 일부 제품은 당장 상품화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제품 소개가 끝나자 실제로 판매를 해보는 홈쇼핑 역할극 순서가 이어졌다. 쇼핑호스트, 모델, 소비자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실제 홈쇼핑 프로그램처럼 꾸며서 발표를 했다. 마지막으로 상품 판매 과정이나 판매 뒤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을 역할극으로 꾸민 모의재판이 진행됐다. ‘상품 고의훼손 보상요구 재판’ ‘상품 불량 솔로몬 법정’ ‘과소비 이혼 법정’ 등이었다.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배우는 경제는 뼈 속 깊이 남아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상품판매 이후 생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모의법정을 진행하고 있는 백암고 학생들.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은 1학기 초부터 이런 체험형 수업을 매주 3시간씩 진행해왔다. ‘경영대요’ 과목을 맡은 조석주 교사는 ‘2시간 이론 + 3시간 실습’ 형태로 철저하게 체험 위주로 수업을 이끌어왔다. 따라서 생산관리, 마케팅, 분쟁 조정 등 단원마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프로젝트 학습을 했고, 이날은 그간 해왔던 것들을 다 모아서 한꺼번에 발표하는 날이었다.

체험 학습이 확산되는 가운데 경제교육도 이론 중심에서 체험 활동 위주로 바뀌고 있다. 방학 때마다 각종 경제캠프가 열리고, 상설로 경제체험교실을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몸으로 깨닫는 경제교육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캠프나 체험교실이란 게 대부분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 단기간 프로그램으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론과 체험이 잘 어우러진 경제교육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겉핥기식 체험보다는 올바른 경제습관 습득과 경제에 대한 바른 이해를 목표로 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원전문대 문복희 교수는 “배정 시수가 적고, 입시 비중도 작다 보니 학교에서 경제교과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사회에 나갔을 때 가장 먼저 맞부닥치는 게 경제문제인만큼 기본적인 경제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암고처럼 체험과 실습 위주의 경제교육을 하는 학교는 아직까지 많지 않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느는 추세다. 경기도 남양주의 도제원초등학교 김솔 교사는 놀이를 통해 경제의 기본 개념을 이해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의자 뺏기, 땅따먹기 놀이를 통해 ‘재화의 희소성’을, 가상 경매놀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가르치고 있다.

대전 동아공고 김진구 교사는 사업계획서를 직접 만들어 보는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사업아이템 선정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창업대회 출전 등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김 교사는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며 죽어있는 지식이나 마찬가지”라며 “특히 경제교육에서 몸소 실천하는 과정인 ‘체험학습(learning by doing)’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2
체험식 경제교육은, 지난해부터 대한여성기독인연합회(YWCA)가 씨티은행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경제생활교육’ 실천 사례를 공모하면서 꽤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4개 학교가 참여됐고, 올해도 130여개 학교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한미미 여성기독인연합회 간사는 “틀에 박힌 딱딱한 교실 수업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게임과 토론, 현장체험 등 체험적이고 실용적인 경제생활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고 취지를 밝혔다.

◆학교 밖에서 배우는 체험식 경제=학교밖에서는 이뤄지는 체험 형태의 경제교육은 주로 정부기관이나 경제단체, 비영리기관, 기업체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어린이금융교실’, 금융감독원의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는 금융교실’, 한국은행의 ‘어린이청소년경제교실’, 한국기독청년회(YMCA)의 청소년경제체험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교육연구소(keeri.co.kr)나 아이빛연구소(ivitt.com) 등도 체험형 경제 캠프를 수시로 운영한다.

집에서 놀이를 통해 신나는 경제교육을 해볼 수도 있다. 예컨대 보드게임은 기본적인 경제개념을 배우기에 적격이다. 자본주의 경제활동을 모아 놓은 ‘모노폴리’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만든 ‘캐쉬 플로우 키즈’, 협상과 거래의 의미를 배우는 ‘보난자’, 투자에서부터 생산, 마케팅 등 게임을 통해 경제 전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노빈손, 경제대륙 아낄란티스를 가다’, 기업의 인수합병을 다루는 주식투자게임 ‘어콰이어’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kids.fss.or.kr) ‘도니야 놀자’란 코너에 들어가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단계별로 온라인 금융 공부를 할 수 있는 게임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용돈을 불릴 수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용인/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학교 경제교육 답답? 화폐·금융 박물관 가볼까

현장 체험을 통해 직접 경제를 배울 수 있는 방법 가운데 박물관 견학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museum.bok.or.kr)은 우리나라와 세계 주요나라의 화폐를 모두 구경할 수 있는 곳. 한국은행의 역할, 화폐의 의미와 종류, 돈의 흐름과 국가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다. 조개껍데기부터 엽전과 지폐까지 화폐의 역사가 흥미롭다. (02)759-4881.

대전 유성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komsep.com)에도 4천여점의 화폐가 시대별·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가짜 돈을 막기 위한 다양한 위조 방지 기술과 세계 각국의 화폐도 볼 수 있다. (042)870-1000.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조흥금융박물관’(chohungmuseum.co.kr)은 고대 원시금융부터 현재의 첨단금융에 이르기까지 금융 발전 모습을 담은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다. (02)738-6806.

우리은행은 은행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각종 저금통으로 갤러리와 테마파크를 만들어 놓았다. 은행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근대 은행의 출현, 식민지 시대의 은행, 격변기와 경제 개발기 은행의 모습 등을 전시해 놓았다. (02)2002-5090~3.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는 증권결제예탁원의 증권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증권의 태생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증권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지난 세기에 발행된 국내외 증권 가운데서도 역사성, 희소성, 예술성이 뛰어난 증권과 세계 유명 기업 증권사료 등 160여점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해 놓았다. (031)900-7070.

박창섭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