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2 21:39
수정 : 2006.10.24 14:13
국립 서울병원, 참다울학교 ‘개교’
학습치료 받으면 수업 인정
초등학교 1학년 정영식(7·가명)군은 수업시간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교실 안을 돌아다닌다. 수업 내용에는 거의 집중하지 못한다. 이유 없이 수업시간에 짝에게 딴죽을 걸어 귀찮게 하거나 반 친구들을 자주 괴롭힌다. 입학 때만 해도 영식이와 잘 어울리던 친구들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영식이와 어울리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담임교사는 영식이에게 신경을 쓰느라 교실에서 생활지도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영식이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라는 정서장애를 갖고 있다. 그러니 무작정 담임교사가 돌봐주고 친구들이 배려해준다고 저절로 영식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충분히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지만, 그동안은 마땅한 치료기관을 찾지 못했다. 최근 학교 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영식이에게 반가운 기회가 찾아왔다. 정서장애나 정신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치료와 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병원학교가 문을 연다는 소식이었다.
국립 서울병원(원장 장동원) 소아청소년진료소는 24일 병원학교인 참다울학교 입학식을 열고, 유치부·초등부·중등부로 나눠 학생 20여명에게 학습치료를 시작한다. 수도권에서 정서·정신장애 병원학교는 이곳뿐이다.
영식이는 오전에는 다니던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참다울학교에서 집중력을 높이고, 충동 조절 능력을 키우는 치료 수업을 받기로 했다. 참다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에 출석하는 대신 병원학교 수업만 받아도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수업료는 없고, 치료에 드는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진혜경 소아정신과장과 치료교사 3명 등 4명이 발달장애, 학습장애부터 정신장애까지 소아·청소년들의 정신질환에 대해 언어·작업·놀이치료와 교육을 한다. 수업시간에는 서울여대 교육심리학과 학생들이 보조교사로 한 학생에 하나씩 붙어 도와준다.
진혜경 과장은 “병원학교는 또래 환자들이 모여서 학교와 같은 환경에서 필요한 치료와 교육을 동시에 받으며 학교생활 적응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학생들은 병원학교에 나와 일정 기간 교육치료를 받고, 학교에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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