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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9 19:21 수정 : 2006.10.29 23:15

[이사람] 한국 온 미국 ‘홈스쿨링’ 운동가 존 테일러 개토
35년 교직생활…공교육 허구 까발린 ‘바보 만들기’ 출간
“교육제도 근본적인 개혁 필요…한국도 문제점 같을 것”

최근 10년 동안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의 수가 1만명에서 25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에 온 교육운동가 존 테일러 개토(72)는 이를 “미국 공교육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본다.

그는 35년 동안 뉴욕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릴라식 수업’으로 미국 공교육계에 경종을 울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려는 학생에게, 일터에서 일하면서 학교에는 한 달에 한 번만 오도록 한 것이 그가 펼친 게릴라 수업의 대표적인 보기다. “아이들은 각자 삶 속에서 배우고 스스로 자란다”는 그의 소신은, 오랜 기간 아이들 속에서 깨달은 것이기에 더욱 확고하다.

“찰스 다윈의 이론은 흔히 천부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이들만 살아남고,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지요.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통찰력, 지혜, 정의감, 너그러움, 용기, 창의성처럼 인간의 훌륭함을 대표하는 특징들이 전혀 엉뚱한 아이들에게서 수시로 나타났고, 나는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 혼란은 국가교육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평균 학점은 시(C)입니다. 솜씨 좋은 미용사에게, 헌신적인 소방관에게, 학창시절 학점이 어땠는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오직 학교에서만 아이들을 특정한 기준으로 무리짓고, 그들의 인성까지 학점으로 평가하며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죠. 실제로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최고 학점을 받는 아이들조차 학교를 지옥으로 느낀다면, 과연 학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뉴욕시에서 세 번이나 올해의 교사상을 받고 뉴욕주 올해의 교사로 뽑히기도 한 개토는 은퇴 뒤 한 연설에서 교직 생활 동안 느낀 공교육의 모순과 허구를 까발렸다. 이 연설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내용을 보강해 1992년 <바보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10여년 동안 2만통 가량의 편지를 받았고, 홈스쿨링을 고민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수시로 나를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 뉴욕 외곽 황무지를 조금 샀는데,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그의 제자들이 배우로, 연출자로 ‘자원봉사’를 자처해 개토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극영화도 제작될 것 같다.

그러나 타고난 교사인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육’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이번 한국 방문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안교육연대 등이 주관한 대안교육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한 것인데, 첫 방문이라 느낌이 각별하다고 한다. “독일 교육을 미국이 모방하고, 이것이 일본을 거쳐 한국 근대 공교육이 확립됐지요.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같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만 가면 생기를 잃고, 쓸데없는 경쟁을 통해 바보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의 통쾌한 직설화법이 한국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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