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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9 21:24 수정 : 2006.10.29 21:33


논리로 배우는 수학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누구든 머릿속에서 몇 가지 생각이 교차하겠지만 얼른 한 마디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학문적인 정의를 얘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상식 속에 들어 있는, 눈으로 볼 수 있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학적 사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올해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설치된 수학영재교육원 강의를 부탁받았다. 지속적으로 강의를 하는 학교 수업은 아니고, 서너 시간 동안 뭔가를 마쳐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 강의 주제를 가지고 고민을 했다.

과거에 나는 영재 수업에서 주로 토픽(특별한 주제) 위주의 학습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학생들에게 주어진 주제 하나를 말끔하게 학습시키는 것으로 만족했고, 이런 주제 위주의 학습은 지금 대부분의 수학 영재 교육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한 마디로 지식 위주의 교육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영재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을 지양하고, 수학적 사고력을 풍성하게 키워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지식을 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발표하고 남을 설득하며, 서로의 생각을 비교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할 방안을 고민했다. 우선 수업 방향을 ‘선택과 배열을 이용한 사고력 기르기’로 잡았다. 지금까지 가르쳐 보면서 사고력을 기르기에는 이산수학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잡았다. 그래서 아주 단순한 것으로부터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다 단순한 것이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21세기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몸으로 느낄 때가 됐다. 복잡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금방 지치고, 짜증이 난다. 아주 단순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면 최고의 사이트가 되는 것이 네트워크 시대의 상식이라는 말이다.

내가 제시한 첫 문제는 ‘도미노’ 문제였다. ‘도미노’ 하면 학생들은 과거 텔레비전 광고에 나왔던, 블록이 연속적으로 넘어져서 어떤 그림이나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연상하기 쉽다. 그것은 ‘도미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게임을 하는데 쓰이는 도미노는 합동인 두 정사각형을 붙여 만든 직사각형이다. 각 정사각형 안에는 0부터 6까지의 수를 나타내는 점들이 찍혀 있다. 이들은 각 종류별로 하나씩 있으며, 첫 문제는 바로 이런 제한 조건으로 만들어지는 서로 다른 도미노의 개수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

지금부터 1분 동안만 아무도 그 결과를 말하지 마라.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마라.

되도록 연필을 잡지 말고 생각을 해라.

계산 결과는 얼마가 되든 상관없으니 자기 아이디어를 설명할 준비를 하라.

학생이 16명뿐이어서 모두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앞부분에서의 발표는 약간 미숙한 설명이 나와주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약간 자신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 ㄱ을 지목했다. 역시 예상은 들어맞았다.

“첫 번째 칸에 0에서부터 6까지 7개의 수가 들어갈 수가 있고, 두 번째 칸에도 마찬가지로 7개의 수가 들어갈 수 있어서 곱했거든요. 그런데 각 도미노를 돌려놓으면 똑같은 것들이 모두 나오므로 이것을 반으로 나누려고 하니 정수가 안 나와서 고민 중입니다.”

이 생각을 들은 순간 다른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도 동감하면서 웃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바로 그런 학생 가운데 ㄴ을 골라 자기 생각을 발표하게 했다.

“저도 처음에는 ㄱ과 같은 곤란에 처했습니다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같은 숫자가 있는 것은 반으로 나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두 가지 경우로 나눠서 해결했어요. 우선 서로 다른 것을 구했는데, 그것은 첫 번째 칸에 7가지가 올 수 있고, 두 번째 칸에는 6가지가 올 수 있으므로 7×6을 한 다음 반으로 나눴고요(21가지), 그 다음은 서로 같은 것을 구했는데, 이것은 7가지가 있으므로 아까 구한 것과 이것을 더해서 28가지가 나왔습니다.”

수업은 내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순서대로 각 학생의 생각을 듣기로 했다. ㄷ은 다음과 같은 계산식만 제시한다.

설명해 보라고 하니까 식 그대로라고만 할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의 계산을 가지고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표현 능력 또는 의사소통 능력이 거의 길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기 아이디어를 남에게 설명할 수가 없으니 기업에서 볼 때는 별 쓸모 없는 인력으로 보여진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발표되었다. 그림과 같은 표를 사용하여 전체 49칸 중에서 가운데 주대각선의 7개와 나머지 중 어느 한쪽만을 더해서 28개를 구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형도도 나왔다. 수형도를 통해서는 7+6+5+4+3+2+1=28로 계산하였다.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낸 풀이가 있었는데, 그것들 가운데 같은 수로 이뤄진 7개는 둘로 나눌 수 없으니 아예 7개를 더 더해준 다음 전체를 반으로 나눈다는 아이디어였다. 그 학생은 다음과 같은 식을 썼다.

여기서 학습을 마치더라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는 이들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최적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해야만 학생들이 수학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진정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산수학에서는 최적화가 그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상호 간의 비교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래야만 아이디어 사이의 연관성과 앞으로 새로운 과제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해서 그 수업이 잘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보류해야 한다. 위의 여섯 가지 아이디어 각각을 분석해 보고, 각 아이디어 간의 관계를 지어보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아이디어를 연결해 보고, 최적의 아이디어가 뭘까를 고민해 보는 것이 진짜 이 수업의 목적이요,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choi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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