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때 나도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을 동경했고, 저 교복을 입고 나도 '홍보' 해 보고싶다라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학교문화는 그 학교 학생들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저런 '홍보'의 효과로 다니지도 않던 학교를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짓고 멋대로 판단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또한, 그 때의 이미지는 머릿 속에 강력히 남아 '우리학교는 이렇다'라는 강박관념 속에서 학교생활을 하게끔 만든다. '홍보도우미'들도 학교에서 받은 '교육'으로 인해서 학교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수동적으로 임하게 된다. '홍보'에서 가장 주력하는 내용이 '대학입시율'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보편적인 수준'인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학교의 서열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나 '라이벌'의식이 있는 학교들은 있겠지만, 이 지역은 '라이벌'을 넘어 '등급'이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학교는 어떻게든 합격자가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예비합격자까지 붙여놓는 '뻥튀기 홍보'를 하거나 하는 비리를 저지르기도 한다. 결국은 대학입시율로 그 학교의 등수가 매겨지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의미한다. '우리 학교 잘난 학교, 너희 학교 못난 학교'라는 의식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팽배해져있다. 또한, 이런 지역의 학교는 입학하기 전부터 각 중학교에서 잘한다 싶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따로 '특별홍보'까지 해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학교의 대학입시율을 높여줄 수 있는 자원'으로 보게 된다. 한마디로, 학교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성적'이라는 잣대로 철저하게 등급화되어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각 대학마다 '고교등급화'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변별력이 없다고 반발을 하곤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내신등급제'만으로도 처절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학교까지 등급화가 되어서 학생들을 '경쟁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다면, 결국은 모든 것을 등급으로만 매기는 학생들을 키우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수직적이고 계급적인 부분이 많이 있지 않은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학생들이 배운 것은 '경쟁'뿐이니, 사회에 나가서도 다르게 할 리가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비평준화'라는 낡아빠진 제도는 학생들을 더욱더 밀어붙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교육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대학은 평준화가 되려면 멀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직 경쟁을 하여야만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무수한 경쟁속에서도 대학을 원하고 있고, 내 친구들,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들도 대학입시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왕,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할 수 밖에 없는 '경쟁'이라면, 동등한 조건에서 하고 싶다. 고교의 완전한 평준화가 앞으로 나올 대학평준화의 밑거름이다. 이 밑거름이 제대로 있어야 '교육'이 '경쟁'과 동일시 되는 지금의 현실이 사라질 수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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