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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초등생 아들의 대화
아이 눈에 비친 ‘이상한’ 세상
이기적인 어른에게 따끔한 일침
1318 책세상 /
■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 ■
말들이 속살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말들 속에서 싹트는 삶의 진실이 느껴진다. 이 책은 그런 진실을 느껴보라고 유혹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내 딸과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과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귀찮아하지는 않았는지, 얼마나 많은 편견과 착각 속에서 살아왔는지 돌아본다. 학생들은 피교육자라는 이유로, 내 딸은 피양육자라는 이유로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해나무 펴냄)는 호기심 많은 초등학생 아들이 중산층 젊은 아빠에게 해대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세상사를 비틀어 바라보게 한다. 아들은 아빠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 중독이 뭐에요?” “까만 양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사랑은 얼마예요?”등등.
아빠는 대답한다. 때로는 건성으로, 때로는 귀찮다는 내색을 하면서. 심하게 화를 내면서 대화를 그만하길 바라기도 한다. 그래도 아들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묻고 또 묻는다.
나 역시 집 또는 학교에서 세상 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 책의 아빠처럼 종종 회피하곤 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물음들은 내가 살아가면서 평생 고민해야할 것들인지 모른다. 그 고민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며, 그 날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소풍 끝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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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찰리가 그러는데요>는 초등학생 아이의 엉뚱한 질문을 통해 세상을 비틀어 바라보게 만든다. 그림은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게 실재할 수 있음을 표현한 르네 마그리트의 <거대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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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이기적인 생각으로 무시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노인들의 입장이 되라”고 충고한다. 사실 노인들은 편안한 것보다 조금 불편해도 가족들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노인들의 편에 서기보다 자신의 입장에서 노인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많은 돈을 쓰지만 가난한 이웃을 위해선 인색하다. 그러면서도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 아끼고 절약만 하면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닐 때는 회피하면서도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 다른 사람이 도와주길 바라는 비겁함을 보인다. 특히 언어혼란 문제는 국어교사인 나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 주었다. 사실을 호도하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 말들이 진실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본질을 말하지 않고 껍데기로 본질을 덮어버리는 말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쓸쓸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그리운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주상태/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중대부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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