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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서울 중등고 화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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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이 가진 특성에 의해 우리들은 생명을 유지한다. 우선 물은 비열이 매우 크다. 비열이란 1g의 물질을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으로서 물은 비열이 1로 매우 크다. 물의 비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들의 몸은 몸 밖의 온도가 크게 변하더라도 몸 속의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아서 생명유지가 가능하다.
본문의 시작이라면 논제의 첫 번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서술이 바로 뒤따라야 하는데, 첫 문장 ‘우리의 몸은 ~ 생명을 유지한다’는 서론에나 어울릴 문장이다. 글을 다 쓰고 난 뒤에 퇴고를 하는 것이 순서이긴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긴 글을 완성해야하는 입시논술에서 퇴고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써나가는 순간 이 문장이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멋진 문장을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론이나 본문에 적합한 문장인지만 판단하며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한 과학에서 단위는 매우 중요하다. 단위는 그 숫자가 존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의 비열을 쓸 때는 단위인 cal/g℃ 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본문을 좀 더 살펴보자.
분자 사이의 인력은 분자량에 비례하지만 산소가 속한 16족 원소들 중에는 분자량이 가장 적은 산소가 가장 크다. 분자 간 인력이 크다는 말은 기화열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기화열이란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이 특성으로 우리 몸은 온도조절을 한다. 우리 몸이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위해서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피부로 이동시키거나 땀의 형태로 발산하는데 기화열이 높음으로서 땀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며 많은 양의 열을 가져가서 온도유지가 가능하다.
윗 글은 기화열에 관하여 잘 이해하고 있지만 기화열과 관련된 생명현상을 순서 없이 섞어서 서술하고 있어서 글의 초점을 찾을 수 없다. 기화열의 정의를 먼저 서술한 뒤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는 순서를 따르는 것이 글의 흐름상 일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첫 문장 ‘16족 원소의 수소화합물 중에서 물이 예외적으로 분자간 인력이 크다’는 사실은 이 논제의 세 번째 질문인 ‘분자적 수준에서의 설명’으로 옮기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논제의 세번째 질문이자, 글의 결론에 해당되는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중략) 이러한 물의 특성들은 물의 특이한 분자적 구조와 그에 따른 특성에 의한 것인데, 공유결합으로 인해서 굽은 구조를 가지고 그로 인해 극성을 가져서 그리고 수소 화합물의 수소 결합으로 인해서 이러한 특성이 나타난다.
이 논제는 세 번째 질문을 해결하면 글의 결론이 자연스럽게 맺어지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가장 힘주어 서술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짧을 뿐 아니라, 물의 분자적 특징과 앞에서 서술한 물의 특성들을 제대로 연결 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수는 대개 긴 글을 써 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긴 글을 쓰다가 힘이 빠져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2천자 이상의 긴 논술문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조금 지리할 수도 있겠지만, 동일한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선생님으로부터 첨삭받은 내용을 참고로 다시 반복해 글을 써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최원호/중동고 화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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