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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2 17:08 수정 : 2006.11.14 00:51

동물권리에 대한 철학적 물음
논란 빚는 전통과 도덕의 경계
자연에 대한 사유와 성찰 제안

1318책세상 /개를 위한 변명

요즘 웰빙 바람을 타고 몸에 좋다는 건강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공해 농산물들로 이루어진 담백한 채식 위주의 식단은 쉽게 공감은 가지만, 그동안 길들여진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들은 우리의 입맛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생태 피라미드에서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인간이 에너지를 섭취하기 위해 육식을 하는 것이 너무 당연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동물들의 생존 권리와 당면한다는 것은 무겁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동물들은 인간과 함께 진화해 오며 지구의 역사를 써왔지만, 인간만큼 이성과 감성이 발달하지 못한 종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지능을 이용해 동물들을 사육하고 도구로 이용하며 경제를 발달시켰고, 의학과 유전학 분야에서도 임상실험으로 이용하며 인간의 삶의 질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동물도 당연히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탄생했고, 자신의 생명을 필사적으로 유지하며 종족을 번성시킨다는 점에서 인간의 세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보신탕과 동물권리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개를 위한 변명>(유미디어 펴냄)은 이런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철학적이며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글의 화두는 보신탕으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개들의 특징인 애정과 충성심,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귀소현상 등이 개의 본능인지, 지능인지를 물으며 보신탕의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린다. 보신탕의 문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 세계 동물권리론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지금도 우리 문화가 야만문화로 매도당하는 예민한 문제다. 이 때문에 보신탕의 문제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개입돼 문화적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신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는 문화 상대주의로 반격하지만, 저자는 문화 상대주의가 오히려 권위주의적 정치지배 체제 아래에서 반인권적 문제들을 합리화시키는 근거로 오용되는 사례를 통해 문화적 전통성이 모든 도덕과 합법성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조목조목 따진다. 이 장면에서 보신탕에 대한 분명한 저자의 반대의견을 읽어낼 수 있지만, 저자는 이쯤에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결론을 유보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보신탕의 문제와 문화상대주의 논리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쯤 일반적인 동물들의 권리문제로 확대시켜 집중적으로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전개를 시작한다.

<한겨레>자료사진

저자는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써 동물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공론화시켰던 두 철학자의 이론을 소개한다. 사람들을 성이나 국적, 출신으로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동물이라는 이유로 잔인한 도살과 사육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윤리적 채식주의를 주장했던 피터 싱어와 생명이 있는 삶의 주체로서 동물들의 권리를 주장한 톰 리건은 육식을 옹호했던 기독교적 전통이 강한 서양에서 동물권리를 주장한 20세기 분석철학자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시민민주주의를 발달시켰던 ‘권리’에 대한 개념이 동물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이 어색하고 철학적 논리관계도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좀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인간만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을 인간의 윤리의식 아래 철학적으로 사고하게 하고, 그 물음들에 대한 결론을 독자에게 열어놓는다는 점이다. 백화현/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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